한나라당 7ㆍ4 전당대회가 친박계의 도약과 친이계의 몰락을 가져오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명암도 엇갈리고 있다.
'박근혜의 힘'을 잘 보여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전 대표라는 분석이 많다. 친박계 또는 친박계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새 지도부에 다수 포진하게 됨에 따라 당의 무게중심이 친이계에서 친박계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중립소장파로 지도부에 입성한 남경필 최고위원은 5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당내) 힘의 균형이 친이 쪽에서 친박 쪽으로 넘어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이는 박 전 대표의 미래권력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박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무난하게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패할 경우 박 전 대표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친박계가 당권을 쥔 만큼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은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8월쯤으로 예상되는 당 복귀를 앞두고 친이계가 와해되면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당 복귀 후 친이계 재결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진 특임차관은 "이 장관은 당으로 돌아가더라도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면서도 이 장관의 당내 입지에 대해서는 "상황은 가변적"이라고 말했다. 친이계가 거의 몰락함에 따라 친이계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입지도 다소 축소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계파가 없는 정몽준 전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지에 대해선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영역이 커짐에 따라 정 전 대표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축소될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정반대의 분석도 있다. 친이계 주자들의 대선 도전 의지가 약화될 경우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2006년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경선 당시 뒤늦게 출마해 홍준표 대표를 꺾고 후보가 됐다. 때문에 홍 대표와 오 시장의 관계가 다소 껄끄러울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친이계 초재선 의원 모임인 '민생토론방' 회의에는 회원 20여명 가운데 7명만 참석해 친이계 쇠락을 실감케 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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