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출범 첫날부터 계파 갈등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7ㆍ4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너도나도 "계파 화합"을 내세웠지만 계파 문제가 홍준표호(號)에서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임을 보여준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5일 오전 "앞으로 계파 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 결의부터 하자"고 말한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친박계 결집으로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홍 대표가 계파 활동에 치중하면 공천을 안 주겠다고 했는데 계파를 해체하려면 해체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는 "계파 활동에만 전념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불이익을 준다고 한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한발 물러섰다.
유 최고위원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친이ㆍ친박 활동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돼야 한다"고 재차 반박했다.
그는 또 "새 지도부가 공천 얘기를 먼저 하는 것은 반대"라며 "최고위원 5명에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참가하는 7인 회의체를 구성해 민생정책 논의를 최우선으로 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민생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도 매우 중요한 과제인데 홍 대표가 공천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은 반대"라면서 "(공천 문제도) 상향식으로 가면 화약고로 제일 민감하며, 공천논의가 잘못되면 집단 탈당사태 등이 발생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서민 정책을 둘러싼 최고위원 간의 온도차도 감지됐다. '떳떳한 보수'를 내세웠던 나경원 최고위원은 "전대 과정에서 정책 변화는 공감하지만 방법과 속도에 이견이 있었다"며 "합의하면서 (정책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쇄신파인 남경필 최고위원은 "현정부와 한나라당의 경제정책 노선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이 정부와 청와대를 리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최고위원은 "초심으로 돌아가 한나라당에 등 돌린 모든 사람들을 가장 낮은 자세로 만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민주적 당 운영이 되도록 철저히 역할을 하겠다"며 홍 대표가 독주할 경우 견제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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