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금이 들어오지 않아 사실상 방치됐던 이른바 '자투리 펀드' 600여개가 연말까지 시장에서 퇴출된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자산ㆍ신탁 운용회사 31곳의 설정액 50억원 미만 644개 펀드를 연내 정리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운용사의 부실 운영 책임을 소액 투자자에게만 전가하는 부당한 조치라는 비난이 거세, 일부 투자자들의 법정 대응도 예상된다.
임박한 펀드 구조조정
금투협에 따르면 5월말 현재 설정액 50억원 미만 펀드는 1,882개로 전체 공모펀드(3,318개)의 56%에 달한다. 이번에 정리대상 명단에 오른 644개 펀드는 이 가운데서도 ▦설정 후 1년 시점의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설정 1년 이후 한달 이상 지속적으로 50억원 미만인 펀드이다. 요컨대 시장의 버림을 받은 펀드인 셈인데, 금융당국은 지난해 관련 시행령을 고쳐 이런 펀드에 대해서는 당국 허가 없이 업계가 자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펀드를 판매한 회사는 투자자에게 연락해 "임의 해지 대상 펀드"라고 설명한 뒤 청산 이후 남은 돈을 계좌로 입금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투협은 해당 정보를 전자공시서비스(http://dis.kofia.or.kr)에 공개했다.
업계, '강제 퇴출은 고객에게 이익'
금융 당국과 업계는 '고객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자투리 펀드가 정리되면, 펀드 매니저들이 대형 펀드 운용에 집중하게 돼 그만큼 수익률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실제로 대부분 자투리 펀드는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해외 주식형'의 경우 114개 가운데 73개가 설정 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일 정도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 팀장은 "소규모 펀드의 난립으로, 펀드 매니저 1인당 50개 이상의 펀드를 관리하는 곳도 있다"며 "대부분 펀드 매니저들이 대형 펀드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어 소규모 펀드의 실적은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발하는 금융소비자
업계가 펀드 퇴출에 나설 경우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수수료를 내고도 원금까지 까먹은 '자투리 펀드'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연맹 조남희 사무총장은 "펀드 투자자 권리를 무시한 불합리하고 부당한 조치"라며 "운용사가 상품 출시를 남발하고 비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시켰는데 손실 보전 등 제도적 장치는 전혀 없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원금 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수료를 돌려주거나 일부 손실을 분담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도 "소규모 펀드의 청산 가능성 등이 담긴 관련 법과 규약 등을 판매 당시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 불공정계약 등에 해당되므로, 소비자가 법정 다툼에서 이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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