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 상병, 해병 동료들 왜 쐈나/ "후임병들이 대우 안해준다" 정조준 격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 상병, 해병 동료들 왜 쐈나/ "후임병들이 대우 안해준다" 정조준 격발

입력
2011.07.05 12:29
0 0

강화도 해병 2사단 소속 김모(19) 상병이 4일 동료들에게 총격을 가한 주 원인은 자신을 무시하는 후임병들과의 갈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후배들이 노골적 무시

김 상병은 5일 군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며 "○○○ 주도로 (후임병들이) 선임 대우를 안 해줬다"고 적었다. 수류탄 폭발로 목을 다쳐 산소호흡기를 기관지에 삽입한 상태라 조사는 필담으로 이뤄졌다. 목격자 정준혁 이병도 "사고 당일 아침 김 상병이 '○○○ 일병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국방부와 해병대에 따르면, 김 상병은 자신보다 후임이지만 한 살이 많다는 이유로 평소 선임 대우를 해주지 않던 ○○○ 일병에게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상병은 또 자살기도 전에 남긴 메모에서 같은 부대 소속 △△△ 이병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 XX놈아. 기수열외 시켜봐. 너 죽여 버리고 싶은데'라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입영한 기수에 따라 선후배를 철저하게 따지는 해병대의 독특한 문화 속에서 '기수열외'라는 말은 후배가 선배를 인정하지 않는 노골적인 무시의 표현이다. 군 관계자는 "기수열외 당한 선배는 존재감이 없어 유령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 탓이 전부인가

하지만 김 상병이 왜 집단 따돌림을 당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국방부는 이날 공식 브리핑에서 "사고 원인은 김 상병의 개인적인 심리 문제에 더 비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은 함구했다.

김 상병은 평소 관심병사로 분류돼 왔다. 해당 부대 소초장(중위)은 조사에서 "김 상병은 훈련소에서 실시한 인성검사 결과 불안, 성격장애, 정신분열증 등이 확인돼 지난해 9월 부대 전입 후 특별관리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소초원들도 김 상병에 대해 "다혈질이고 불안정한 성격과 임무 부여 시 게으르고 귀찮아하면서 오전 취침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돌아다니는 등 이상징후를 보여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병무청 기록 상에는 김 상병이 입대 1년 전 신체검사 때 실시한 동일한 인성검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 병원 진단기록도 전혀 없었다.

따라서 입대 후 김 상병에게 영향을 미친 부대 환경적 요인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 상병이 후임의 무시를 당하는 과정에 선임병들의 역할 이나 입김, 임무 수행과정에서 마찰 여부 등은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실제 한달 여전 김 상병의 소속 부대에서 암구호 장비를 분실하는 보안사고가 발생해 부대원들간의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군 당국은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또한 김 상병은 올 초 휴가 중 비행청소년을 선도한 공로로 연대장 표창을 받은 것에 비춰 일각에서는 부대 내 부조리를 눈감지 못해 마찰을 빚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총기 난사 아닌 조준사격

총격 당시 상황도 일부 새롭게 밝혀졌다. 김 상병이 있던 1생활관에서 소주 2병이 발견됐다. "입에서 술 냄새가 났다"는 목격자 진술에 비춰 김 상병은 음주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 상병은 실탄 75발을 훔쳤지만 이 중 12~13발만 쐈다. K-2소총이 단사기능으로 조정돼 있어 무자비한 난사가 아니라 한발씩 조준사격을 한 셈이다. 또한 김 상병은 동료 4명에게 총격을 가한 뒤 권혁(19) 이병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생활관 밖으로 쫓겨났지만 총은 뺏기지 않았고 도주 과정에서 복도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