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양지가 있는데다 지하자원도 풍부한 호주 북동부 퀸즐랜드주에서 한국인이 큰 손으로 등장했다. 지난해 이곳 땅을 가장 많이 사들인 외국인이 한국인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호주 언론은 5일 퀸즐랜드주 토지관리청 자료를 인용해 2009 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에 한국인이 2,502억원 상당의 토지를 매입해 외국인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인이 2,457억원으로 2위, 중국인이 1,725억원으로 3위를 기록했고 전년도 1위였던 영국인은 1,297억원으로 4위로 밀려났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인도 수백억원을 투자해 퀸즐랜드의 토지를 구입했다.
현지 언론은 퀸즐랜드주의 최대 토지구매 외국인이 미국인과 영국인에서 일본인으로, 다시 한국인과 싱가포르인, 중국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인은 2008 회계연도에 6위 밖에 머물렀으나 최근에 토지구입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퀸즐랜드가 휴양지가 산재해 있는데다, 광산개발 가능성도 높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과 기관, 기업 등이 포함됐을 한국 투자자들도 이런 맥락에서 퀸즐랜드 토지를 사들였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은 호주의 토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데다, 향후 위안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 등을 노리고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한 국영기업의 경우 43개의 농장을 한꺼번에 사들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골드코스트, 선샤인코스트, 케언스 등 해안 휴양도시가 위치한 퀸즐랜드의 외국인 토지 구매는 최근 7년 사이 3배가 늘어난 440만 헥타르로 집계됐다. 또 퀸즐랜드 전체 토지의 2.56%가 외국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최근 퀸즐랜드에 자원개발 붐이 일면서 외국인의 토지매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인들이 철광석이나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저가에 구입한 뒤 개발에 나서 막대한 차익을 챙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조치다. 또 비옥한 농장들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경우 식량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88년 일본인들이 퀸즐랜드 리조트에 대거 투자했을 때도 같은 논란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지역 경제발전을 이끌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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