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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교양총서 '조선사람의 세계여행'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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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 교양총서 '조선사람의 세계여행' 출간

입력
2011.07.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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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 이전 시기의 해외여행은 자발적인, 더구나 유람 같은 여정은 사실상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표적인 여행이라고 해야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에 조공ㆍ사절단을 파견하는 외교활동이 사실상 전부였다. 최부의 <표해록> 같은 자연재해가 낳은 여행기는 아주 드문 경우다.

하지만 여행 이유가 어떻든간에 관련 기록들에서 그 시기 선인들이 '우물 밖' 문물을 어떤 경이감과 이질감으로 맛봤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그 어려웠던 외유가 실행되기까지의 과정 또한 흥미진진하다.

전근대시기를 포함해 대한제국 말기를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해외여행 사정을 짐작하게 하는 <조선 사람의 세계여행> (글항아리 발행)이 출간됐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조선시대의 삶과 문화를 다양한 이미지 자료와 함께 일반 대중들이 알기 쉽도록 재조명해 2년 전부터 내고 있는 '규장각 교양총서' 시리즈의 하나다.

이 책에 담긴 12가지의 해외여행 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제주도에서 전라도로 향하던 중 배가 표류해 중국 남부에 불시착한 뒤 조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쓴 <표해록> 같은 '기적 같은' 기록물이다. 조선 선비 최부는 그 과정에서 동네 비석이나 강물의 흐르는 기세, 수차 만드는 법 등을 본 대로 느낀 대로 꼼꼼히 기록했고 무사 귀국한 그에게 성종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가장 오래된 한어(漢語) 학습서 <노걸대(老乞大)> 가 말이나 모시, 인삼 등을 팔러 간 고려 상인이 여행과 교역 과정에서 겪는 일을 여러 회화체로 꾸민 점에 착안해 '고려 상인의 중국여행기'로 재해석한 점도 재미있다. 여행 기록은 아니지만 중국으로 진상된 '공녀(貢女)'의 역사를 되짚어 전근대의 국가간 성별간 아픈 권력관계를 조명한 것도 의미 있다.

조선인이 해외문물을 접하면서 놀라움과 자괴감을 본격적으로 맛보기 시작하는 것은 역시 근대 이후 시기다. 이 책이 여운형의 모스크바행, 이순탁 연희전문교수의 세계여행, 나혜석의 여행 등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해외여행에 절반 가까이를 할애한 것도 그 때문이다. 90년 전 세계 여행에 나선 이순탁은 여행 막바지 미국에 도착해 이미 "금일의 미국은 세계"라고 했다. 그는 스리랑카로 가던 배에서 조선 간호부 대표로 파리 만국간호부대회에 참석하는 서양인 간호사를 만나서는 돈이 없어 외국인이 조선을 대표하는 현실이 부끄러웠다고 적고 있다.

규장각 교양총서는 앞서 국왕, 양반, 여성, 전문가 등 조선의 계층에 초점을 둔 책을 4권 냈다. 이번 책부터 여행을 주제로 해 <세계 사람의 조선여행>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 등 2권을 더 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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