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해병대 2사단 총격사건은 범행을 저지른 개인의 잘못 외에도 병사관리시스템의 총체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총격을 가한 김민찬(19) 상병은 부대에 전입하면서 정신분열 등이 확인돼 특별관리대상으로 분류됐다. 특히 본인 주장대로라면 해병대 특유의 '기수열외' 관행에 따라 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별도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관리대상은 지휘관 면담횟수를 늘리고 인성교육원에 입소해야 하지만 군 당국은 "기록을 확인 중"이라는 해명만 반복하는 상태다.
병사들의 심리 안정을 돕기 위해 2006년부터 육해공군에 배치한 군 심리상담사가 전체 95명에 불과한 점도 문제다. 65만명 규모의 장병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병사들의 심리문제를 제대로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이번 사건의 직접 원인으로 알려진 기수열외는 오랫동안 해병대 전 부대에 만연해온 가혹행위의 일종이다. 이미 올 3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린바 있어 군 당국은 이를 방치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수열외는 해병 장병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징벌적 따돌림이다. 군 당국은 1990년대 후반 우리사회에 '왕따'라는 말이 생기면서 해병대에도 기수열외가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시 적진에 상륙해 침투하는 해병대 임무의 특성상 병사간에 위계를 확실하게 정하는 기수문화는 장점이 많지만, 기수라는 말이 오용돼 남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기수열외인 병사에게는 후임병도 욕과 반말을 사용하고 신참처럼 심부름을 시키는 등 모욕이 가해진다. 한 해병대 예비역은 "주로 성격이 유별나거나 일을 못해 선임의 미움을 산 병사, 부대 안에서 구타 등을 상급자에게 알린 내부고발자가 표적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역은 "집요한 괴롭힘이 계속돼도 장교들은 아예 알지 못했고, 부사관들은 알면서도 눈감았다"며 "거의 모든 부대에 기수열외 병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가 커지자 인권위는 이날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앞서 3월에 해병 1사단을 직권조사 했는데 당시 권고한 부대 정밀진단을 해병대에서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함께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일 총기관리도 허술했다. 무기가 있는 상황실에는 부사관이나 병사가 상주하며 총기보관함을 이중으로 잠그고 열쇠도 각자 따로 휴대해야 하지만, 당시 부사관은 보관함 문을 열어둔 채로 20여분간 자리를 비운 뒤 밖에 나가 담배를 피웠고 병사는 순찰을 돌았다. 따라서 김 상병은 아무런 제지 없이 총기와 탄약을 훔칠 수 있었다.
김 상병이 범행에 앞서 아침부터 소주를 마신 것은 기강해이의 극치다. 국방부는 "부대 안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군 관계자는 "외출 후 복귀하면서 갖고 오거나 면회하면서 반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군부대 규모가 크면 엄격하게 검사하겠지만 부대원이 31명인 소부대라 서로 다 아는 사이여서 묵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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