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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어린이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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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의 경계의 즐거움] 어린이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

입력
2011.07.05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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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신화 ‘니벨룽의 반지’(이하 ‘반지’)가 작가 톨킨을 만나면 판타지 ‘반지의 제왕’이 되지만, 국립오페라단으로 가면 ‘지크프리트의 검’으로 변신한다. 제대로 올리려면 하루에 1편씩 해서 전편 공연에 4일(17시간) 걸리는 바그너의 대서사극 ‘반지’가 축약돼, 100분짜리 어린이 오페라 ‘지크프리트의 검’으로 거듭났다.

30여명의 출연진을 11명으로 압축, 그 난해한 신화를 이 시대 한국어로 깔끔하게 탄생시킨 것은 젊은 오페라 집단 ‘오페라나무’의 힘이다. 과격하다고도 할 수 있는 변신이지만 별다른 울혈 현상을 느끼지 못 한 것은 중극장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최대치로 활용한 제작진의 명민함 덕이다.

관객들은 공연 시간 내내 긴장을 잠시도 멈출 수 없었다. 북유럽 신화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무대에 펼쳐지는 판타지는 물론, 극장 공간 어느 한 군데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전략이 주효했다. 객석 맨 뒤의 영상팀은 무대 상황을 봐 가며 컴퓨터그래픽을 조작했고, 토월극장의 이동식 무대와 깊은 공간감 덕분에 객석은 메커니즘의 향연을 체감했다. 3D도, 4D도 아니었지만 인간의 땀이 빚어내는 감동을 맛보았다.

객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어린이 관객들에게는 할리우드 만화 뺨치는 몰입의 시간이었다.

첩첩산중의 암벽을 상징하는 수직 이동 세트, 회전 무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울려 나오는 바그너의 현묘한 선율 등은 현장 예술의 감흥을 충분히 선사했을 것이다. 이른바 ‘가족용’이라는 핑계로 벌어지는 무분별한 다이제스트의 무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 시작한 ‘나의 첫 오페라’의 두 번째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출연진의 적극적인 동선이 인상적이다. 막간에 몇몇 캐릭터들은 무대를 휘젓고 다니다 객석으로 내려온다. 바삐 움직이느라 숨이 찬 배우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즐거운 소란의 함성이 가득해진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 중 베트남 민가 폭격 장면에서 효과적으로 쓰였던 ‘발퀴레의 비행’이 극장 안을 가득 채우는 대목도 예외가 아니다.

이 오페라단이 차세대 오페라 인력을 기르기 위해 만든 오페라나무 프로젝트가 이제 덜퍽진 열매 하나를 추가시키고 있다. 2009년 창단 후 첫 작품으로‘피가로의 결혼’을 내놓은 이 집단은 당시 무대를 야구장으로 변용해 오페라에 대한 인습을 깨트린 바 있다. ‘지크프리트의 검’을 연출한 표현진(30)씨는 “이 무대는 음악과 서사의 재구성에 의해 새로이 태어난 바그너”라며 “4부작을 충실히 담되 아이들의 눈으로 봐서 이해가 되도록 연결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등 ‘반지’네 편을 다 합치기 위해 그는 불면의 한 달을 보냈다. 과문한 탓에, ‘반지’를 한 편으로 묶어냈다는 이야기는 지금껏 듣지 못 한 바다.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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