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스스로 자신의 성공을 밀어준 사회에 의미 있는 뭔가를 되돌려 준다는 마음으로 문화ㆍ예술가를 후원해야 합니다."
만년필로 유명한 몽블랑 인터내셔널의 루츠 베이커 회장은 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 20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이 문화ㆍ예술가를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든든한 후원자 없이는 뛰어난 예술가가 배출될 수 없다"며"역사적으로 왕, 황제가 후원했다면 지금은 민간 영역, 그 중에서도 기업인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몽블랑 문화재단은 1992년 기업인을 포함해 활발한 문화ㆍ예술 후원 활동을 전개한 사람들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상을 제정했다. 올해 새로 포함된 러시아까지 12개 나라에서만 대상자를 뽑고 있다. 베이커 회장은 "심사위원들을 선정하고 대상자를 검증하는 과정자체가 까다로운데다,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나라인가를 따진다"고 말했다.
재단은 지금까지 167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한국에서는 2004년 금호문화재단의 고(故) 박성용 이사장(당시 금호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이세웅 신일문화재단 이사장, 초대 국립오페라단 이사장을 지낸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올해엔 국악인 후원과 국악 알리기에 힘을 쏟아 온 공로를 인정 받아 한국인으로서는 7번째로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 수상했다.
베이커 회장은 "박성용 회장이 적극 후원한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지난 주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대단한 성적을 냈다고 들었다"며 "박 회장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는 사실에 우리 역시 흐뭇하다"고 평가했다.
몽블랑은 그 동안 수상자에게 트로피 대신 금으로 특수 제작한 만년필을 수여했다.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몽블랑 산의 높이(4,810m)를 상징하는, 은으로 제작된 같은 디자인의 만년필 4,810개를 한정판으로 판매했다.
베이커 회장은 "1992년 로렌조 메디치를 기념해 만든 '메디치 에디션' 만년필이 당시에는 1,000달러였지만, 최근 뉴욕의 한 경매에서 1만5,000달러에 팔렸다"며 "이는 고객들도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브랜드에 대해 그 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퓨전국악축제'창신제' 등 우리가 후원하는 행사에 점주들을 초청해 국악을 들려주니 이들이 우리 영업 사원과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고 매출도 쑥쑥 늘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올해 수상 상금으로 받은 1만5,000유로를 원로 국악 명인의 모임인 '양주 풍류아트'에 후원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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