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와 갤럭시S2. 애플과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이자, 사실상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모델이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평정한 이 제품들도 국내 한 중소 업체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면 세상 빛을 보기 힘들었다.
최근 판교벤처밸리에 새 둥지를 튼 옵트론텍. 스마트폰에 부착된 카메라의 적외선차단필터를 제공하는 중소벤처기업이다. 적외선차단필터는 휴대폰으로 카메라를 촬영할 때, 적외선은 차단하고 가시광선만 투과시켜 고화질의 사진을 얻게 해주는 핵심부품이다. 옵트론텍은 40%대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세계 1위 업체다.
이 회사의 젊은 CEO 임지윤(32)사장을 4일 만났다. 글로벌 휴대폰 업체의 핵심 파트너가 된 비결을 묻자 그는 웃기만 했다.
"현재 경남 창원과 중국 광둥성(廣東省) 동관(東莞), 톈진(天津)에 있는 공장은 풀가동 중입니다. 밀려드는 주문 맞추기가 버거울 정도죠."
단순 점유율은 40%이지만 고부가가치제품 쪽으로 올라가면 이 회사는 사실상 세계시장을 독점한다. 휴대폰 카메라 화소가 800만화소 이상 되는 프리미엄 시장에선 옵트론텍의 점유율은 무려 80%대다. 대만 업체인 HTC를 제외한 애플과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대부분 세계 주요 스마트폰에서 이 업체 필터를 쓰고 있다. 옵티론텍이 지난해 생산한 휴대폰용 적외선차단필터는 2억4,400만개에 달한다.
대부분 중소벤처기업이 그렇듯, 이 회사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년9월 부친의 갑작스러운 건강악화로 경영을 물려 받았던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6살이었고, 회사는 적자상태였다. 2008년 위기탈출을 위해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이로 인해 자금난은 더 가중됐고 설상가상으로 120억원 상당의 키코(통화옵션상품) 손실까지 입었다.
"회사 문 닫을 일만 남았었어요. 탈출구가 안 보였으니까요.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기로에서 그를 붙잡은 건 직원들이었다. 옵티론텍 직원들은 회사운영 자금에 보태라고 십시일반으로 각자의 호주머니를 털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직원들도 제 살길 찾아 떠나가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그런데 우리 식구들은 쌈짓돈까지 털어가며 모두 회사를 지켰습니다."
이런 소식은 거래처들의 마음까지 돌려 놓았다. 임 사장은 밤낮으로 거래처를 찾아 회사 사정을 설명했고, 거래업체들도 마음의 문을 열며 다시 비즈니스 관계를 회복시켰다. 유동성은 어려웠지만 옵트론텍에 기술력을 갖춘 핵심 인력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결국 옵트론텍은 지난해 6월부터 아이폰4와 삼성전자 갤럭시S1에, 올해 3월말부터는 갤럭시S2에 부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개가를 올렸다. 애플은 조만간 출시될 아이폰5에도 옵트론텍의 부품 공급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2009년 매출 772억원에 당기순이익 51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옵트론텍은 지난해 832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는 1,150억원의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세계시장에 경쟁자도 적어, 스마트폰이 업그레이드될수록 이 회사의 실적도 함께 급신장할 전망이다. 임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작지만 강한 중소 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글로벌 기업들에게 꼭 각인시켜 주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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