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이러브베이스볼'에서 저는 웃음을 참지 못해 한바탕 곤욕을 치렀습니다. '재미있는 야구이야기' 코너에서 무려 80여 가지의 징크스를 가진 웨이드 보그스 이야기가 소개됐는데요. '정확히 1시47분에 집을 나서 반드시 같은 길로만 경기장에 간다', '4시47분 전에는 절대로 운동장을 밟지 않고, 흙 속에 있는 3개의 조약돌을 골라 그라운드로 던진다' 등등. 그의 상상을 초월한 징크스에 저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스튜디오도 웃음바다가 됐죠.
사실 실력뿐 아니라 운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이기에 선수들이 징크스를 갖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몇 번의 기회에서 모든 훈련의 결과를 다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죠.
삼성 박석민 선수는 최근 한화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한화 덕아웃을 찾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한대화 한화 감독과 악수를 하면 불 방망이를 휘두르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말 야왕의 힘 때문일까요? 실제로 박석민 선수의 한화전 타율이3할8푼5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 감독은 그의 악수가 썩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말이죠.
그리고 롯데 손아섭 선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방망이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는 방망이를 보며 주문을 외운다고 합니다. "무조건 친다.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더 성장할 수 있다"라고요. 그렇게 방망이에 주문을 걸면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성근 SK 감독과 이지윤 전 KBS N 아나운서 사이에도 특별한 징크스가 있었는데요. 이지윤 아나운서가 경기 전 SK의 덕아웃을 찾는 날이면 어김없이 SK가 승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지윤 아나운서가 덕아웃에 오는 것을 무척이나 반겼죠.
타격왕을 다섯 번이나 차지한 보그스부터 철저한 기록 야구로 징크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야신 김성근 감독까지도 징크스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사실 저도 징크스가 하나 있는데요. 힘든 일이 한 번 지나가면 기쁜 일이 반드시 한번은 온다는 게 제 징크스거든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징크스보다 '이렇게 하면 잘 된다'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모든 이들을 기쁘게 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KBS N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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