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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정신이냐, 대중 눈높이냐 록 페스티벌 갈림길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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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정신이냐, 대중 눈높이냐 록 페스티벌 갈림길에 서다

입력
2011.07.0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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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라고 음악성이 없는 건 아니다. 펜타포트 페스티벌에 못 나올 이유는 없다."(아이디 baeksmin30) "펜타포트가 이제 아이돌 페스티벌이 되는 건가. 아이돌은 이제 그만."(lechat_rose)

록 페스티벌의 변질인가, 진화인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과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이 최근 올해 출연진을 발표한 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서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인디록 정신을 대변하며 국내 록 음악의 메카 역할을 했던 두 페스티벌이 댄스 가수와 아이돌 그룹 등을 무대에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펜타포트(8월 5~7일)에서는 개막일 저녁에 아이돌 그룹 빅뱅의 GD&TOP과 태양이 공연을 펼치고, 지산밸리(7월 29~31일)에는 댄스가수인 김완선과 DJ DOC, 개그맨 유세윤이 이끄는 UV, 아이돌 그룹 2AM의 정운 등이 출연한다.

록 팬들은 실망감을 넘어 한탄을 쏟아내고 있다. 아이돌에 비해 상업성과 대중성에서 밀려 그렇잖아도 설 자리가 좁은 록 밴드들이 이제는 그들이 뛰놀던 무대에서조차 밀려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예매 티켓의 환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2년째 지산밸리를 찾을 예정인 회사원 김모(31ㆍ여)씨는 "예매를 해둬 그냥 가기로 했지만 척박한 국내 록 음악 시장에서 그나마 어렵사리 지켜왔던 무대마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두 페스티벌의 '변질'에는 예년에 비해 빈약한 라인업을 보완하면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주최 측의 계산이 깔려 있다. 세계적 록 밴드들은 비슷한 시기 열리는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을 거쳐 한국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3월 도호쿠 대지진 여파로 참가가 크게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영국 록밴드 뮤즈와 미국 록밴드 뮤트 매스(지산밸리), 후바스 탱크(펜타포트) 등이 참여했지만 올해에는 딱히 대형 스타라 할만한 밴드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지산밸리의 주최사인 CJ E&M에 따르면 3일까지 집계된 올해 티켓 판매율은 지난해보다 30% 이상이나 늘었다. CJ E&M 관계자는 "김완선이나 DJ DOC 등이 출연해 지난해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한 것이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록 페스티벌'이 '음악 페스티벌'로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록 마니아들이 아이돌 참여 등에 반발해 떠난 자리를 일반 음악 팬들이 채우고 있다"며 "지산밸리나 펜타포트가 여름철 바캉스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록 페스티벌에 아이돌이나 댄스 가수 등이 참여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페스티벌의 핵심은 다양성이며 '록 페스티벌'의 '록'이라는 개념 자체가 특정 장르를 의미하기보다 무대에서 대중들과 직접 호흡하는 '라이브 퍼포밍'(Live performing)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 1990년대 이후 음악의 장르간 융합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록 뮤지션만 오르는 페스티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소울의 대부 제임스 브라운이나 미국 힙합가수 제이지(Jay-z)가 세계 최대 록 페스티벌인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참여했고, 일본에서도 양대 록 페스티벌 중 하나인 후지 록 페스티벌에는 올해 국내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가 무대에 오른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GD&TOP이 평소와 다른 그들만의 록 스타일 음악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일반 음악 팬들을 위한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위해서도 록 뮤지션만 록 페스티벌 무대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국내 페스티벌의 변화가 그런 세계적 추세를 반영한다기보다는 대형 기획사의 주도 아래 티켓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김작가씨는 "아이돌이 나온다는 그 자체보다는 티켓 판매를 위해 뜬금없이 빅뱅과 2AM 등을 섭외하는 기획사의 단순한 접근이 문제"라면서 "밴드 섭외가 점차 티켓 판매에만 연결되면 페스티벌의 다양성이라는 이름 하에 머지않아 무대가 외국 유명 록 뮤지션과 아이돌, 댄스 가수들로만 채워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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