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끝별
반 평도 채 못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라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 삶의 여러 시절마다 우리를 점령하는 부사어가 달라집니다. 엄마 뱃속에서 잠들던 시절에는 꼬물꼬물. 친구를 만들고는 소곤소곤. 첫사랑이 시작되던 그날부터는 두근두근. 사랑하는 이가 아플 때는 조마조마…
‘와락’이라니, 이 부사는 우리 생애 어디쯤을 점령하고 있을까요? 소중한 것들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깨지고 부서지기 쉽다는 걸 배운 다음부터는 겁이 나지요. 그 허망함에 서글픔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와락, 힘껏 안아본 기억이 다들 적어요. 잠시 들고 있다가 얼른 내려놓고 도망친 기억들만 가득합니다.
‘너’를 와락 안아 본 시인은 말합니다. 품었던 그 두 팔이 허공을 키질하는 바람과 같았노라고. 그렇지만 이 생의 한 순간은 ‘와락’하기를,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는 불후의 입술에 한 번은 제대로 가 닿기를… 나의 소심한 생에 스스로 축복을 내려 봅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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