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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인문학강좌 듣고 창업한 김현수씨/ "소크라테스에게 인생 한 수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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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인문학강좌 듣고 창업한 김현수씨/ "소크라테스에게 인생 한 수 배웠죠"

입력
2011.07.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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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 수업에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자신에 대한 수필을 쓰는 시간이 있었어요. 지나온 삶, 희망과 목표를 함께 적다 보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시간에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구요."

2009년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시가 주관하는 '희망의 인문학' 수업을 들은 김현수(48)씨의 고백이다. 서울 동대문에서 의류도매상을 하던 김씨는 외환위기 때 부도를 내고 부인과 이혼했다. 이후 아들 둘과 다세대주택 지하 단칸방을 전전하며 공공근로로 겨우 생계를 이어갔다. 주변 소개로 2005년 성북구에 임대아파트를 얻은 그는 성북자활센터 청소사업단 등에서 일하다 인문학 수업을 알게 됐다.

"전에도 공공근로를 하면 시키는 대로 일거리가 있으면 하고, 대충대충 시간 때우고 가는 경우가 많았었어요." 인문학을 접한 이전과 이후 그의 삶은 달랐다. 자기성찰의 학문인 인문학을 배운 뒤로는 본인이 만족할 때까지 일을 하고 가야 직성이 풀렸다.

김 씨에게 인문학의 효용을 묻자 "빵을 만드는 기술은 언제든지 배울 수 있지만, 그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깨우쳐 주는 것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술을 마시느라 귀가가 늦었던 아버지에서, 공부하느라 늦은 아버지로 변하면서 자식들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단 하루를 빼고 전 과정 출석을 하고 졸업장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니 아이들도 따라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꼴찌를 도맡아 하던 고등학생 큰아들이 지금은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라고 자랑했다.

인문학과의 만남은 그의 삶의 목표까지 바꿔 놓았다. 수업 후 토론을 하며 함께하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덕이다. 돈을 모으면 다시 혼자 장사를 해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그는 수업을 수료한 직후인 2009년 11월 동료 세 명과 함께 전문청소업체인 성북크린을 만들었다. "어려운 사람들끼리 힘을 합해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자신에게 이런 기회를 준 이웃에게도 무언가를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창업한 성북크린은 인근 학교의 청소와 소독 용역을 맡아 하는 데 한달 매출은 450만원에 불과하다. 그는 내년에는 구청의 도움을 받아 성북형 사회적 기업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인문학은 외우고 문제 풀고, 그런 과목이었어요. 하지만 원래 인문학은 그런 게 아니더라구요. 인문학은 제 삶을 바꿔 놓았습니다. 말로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그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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