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감됐다 출소한 사람들이 새 출발을 다짐하며 함께 만든 떡 공장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인천시와 남동구는 지난 달 신용원(47) 목사가 이끌고 있는 떡 제조공장인 '보리떡 다섯 개'를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면 넉넉한 금액은 아니지만 2년 동안 종업원 인건비와 직원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체계적인 홍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마약 투약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만든 회사가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기는 처음이다. 아직 시작 단계지만 마약 투약자들의 재활공간인 '보리떡 다섯 개'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적 성격의 기업으로 공인 받은 셈이다.
신 목사가 떡 공장을 차린 지는 이미 오래 됐다. 그는 2002년 국내 유일의 마약치료ㆍ재활공동체인 '소망을 만드는 사람들'을 설립한 후 자활사업장 차원에서 떡 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입 소문이 나면서 마약 투약 후 재기를 모색하던 사람들은 출소 후 그가 운영하는 교회와 공장 문을 자주 두드렸다.
그는 수년 전부터 1주일에 서너 번씩 전국 교도소를 돌아다니며 마약사범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법 유명인사로 통한다. 신 목사 자신이 과거 10년 이상 마약을 접했기 때문에 마약사범들의 남모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의 강의는 수감자들에게 설득력이 있고 인기가 높다. 법무부와 교정당국, 인천시에서도 신 목사 활동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마약사범 자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적 자립입니다. 일자리를 못 찾으면 다시 유혹에 빠져들기 쉽죠." 하지만 현실은 냉엄하다. 사회적 냉소와 편견은 이들을 다시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때가 많다. '보리떡 다섯 개'는 이런 악조건을 이겨내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품질은 이미 보증됐다. 2008년 대기업에서 주최하는 전국 떡 품평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공인 받았으며 대형 마트에도 장기간 납품해왔다. 일부 직원들은 이 곳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자립해 지방에서 떡 가게 사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래처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마케팅과 홍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매출이 들쭉날쭉했다. 한때 직원이 15명에 달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는 5명이 남아 있다. "한때 공장 폐쇄를 검토한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 이 곳 문을 두드리면 마음이 흔들려요. 희망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져선 안 되잖아요."
신 목사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교정정책의 큰 흐름이 치료보다는 사회복귀 쪽에 맞춰졌다면 교정당국도 출소자들의 재활을 돕기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달라는 것이다. "교정시설에 떡을 납품할 수 있으면 출소자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활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3일 인천 구월동 교회에 모인 신 목사와 신도들은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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