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바닷가를 다녀오거나 햇빛이 강한 날 야외활동을 하면 피부가 화상을 입거나 고통스럽기 일쑤다. 강한 자외선에 오랫동안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피부를 과일껍질로 마사지하면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 왜일까? 바로 항산화물질 덕분이다. 자외선 차단 화장품이나 선크림의 주요 성분에도 식물에서 얻어지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다.
강한 자외선, 혹독한 더위와 추위, 곤충, 바이러스 등 외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 몸속의 고마운 산소는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로 바뀐다. 활성산소란, 산소(O2)가 오존(O3), 슈퍼옥사이드 라디칼(O2▪), 과산화수소(H2O2), 수산화기 라디칼(▪OH) 등과 같이 바뀐 형태를 말한다. 활성산소는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어느 정도 만들어져 유익하게 쓰이지만,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과도하게 만들어져 정상 세포를 파괴하며, 활성산소를 제때에 없애주지 못하면 파괴된 세포는 염증, 암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기미, 주근깨 등의 피부질환도 활성산소가 원인이다. 이러한 활성산소를 없애거나 예방하는 물질이 항산화물질이다.
식물도 매우 강한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피해를 입지만, 자외선을 극복하는 능력이 인간에 비해 탁월해 그 피해가 적다. 식물에는 다양한 종류의 항산화물질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식물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항산화물질을 많이 만들면서 진화해 왔다. 특히 과일껍질은 종족을 보존하는 씨앗을 지키기 위해 튼튼한 보호벽을 구축해 왔다. 모든 과일의 껍질에는 공통으로 항산화물질(저분자 비타민C, 고분자 항산화효소인 SOD 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특정과일에만 존재하는 항산화물질도 있다.
사과껍질은 녹차에도 풍부한 항산화성분 폴리페놀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지방의 체내축적을 억제해 비만 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사과껍질에 있는 '우르솔산' 성분이 근육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체지방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줄인다고 밝혔다. 우르솔산은 근육의 성장을 돕고 근육의 쇠퇴를 억제하는 인슐린 등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과일껍질에는 과육에 비해 항산화성분과 건강에 좋은 미네랄, 식이섬유, 각종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다. 따라서 껍질을 벗겨 먹으면 몸에 좋은 각종 성분을 버리게 되는 셈이다. 농약 걱정 때문에 과일껍질을 깍아 먹지만, 최근 보건당국은 실제 유통되고 있는 과일의 대부분은 농약이 거의 잔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과일도 물로 잘 씻으면 농약성분이 대부분 제거된다. 곡물의 껍질에도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벼에서 왕겨(맨 바깥 껍질)만 한 번 벗겨낸 현미로 지은 밥이 흰쌀밥에 비해 몸에 좋다. '몸에 좋은 약이 쓰다'는 말이 먹기에 다소 거친 껍질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이처럼 버릴 것이 없는 과일껍질을 활용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껍질째로 먹는 것 말고도 껍질을 마사지 용도로 피부에 직접 바르거나 입욕제나 천연세제로 이용하기도 한다. 활성산소가 많이 만들어지는 염증부위에 과일껍질을 바르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과일껍질을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냄새나는 곳에 두면 방향 효과도 있고 화분에 주면 좋은 비료가 된다. 과일껍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면 각종 식물껍질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건강식품의 대부분은 식물에서 얻어진 항산화물질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건강을 위해서는 제철에 나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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