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의 주인공이 탄생하기까지는 1시간 2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세계랭킹 8위 페트라 크비토바(21∙체코)가 윔블던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했다.
크비토바는 2일 밤(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결승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세계랭킹 6위)를 세트스코어 2-0(6-3 6-4)으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로써 크비토바는 2006년 프로 전향 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는 감격을 누렸다. 크비토바는 지난해 윔블던대회 4강 진출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다.
크비토바는 이날 구석구석을 찌르는 리턴 샷으로 샤라포바를 농락했다. 크비토바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72%(43개 시도 31개 성공)에 이르며 58%에 그친 샤라포바를 눌렀다. 샤라포바는 2세트 2-3으로 뒤진 자신의 서브 게임 30-30에서 더블폴트 2개를 연달아 범하며 게임을 크비토바에 내준 뒤로 줄곧 끌려 다녔다.
우승 상금으로 110만파운드(약 19억원)를 받게 된 크비토바는 경기 후 “내가 우승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며 “결승전이라는 부담보다는 점수 하나하나에 집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왼손잡이가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하기는 1990년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55) 이후 21년 만이다. 크비토바와 같은 체코 출신인 나브라틸로바는 윔블던 우승만 9차례나 일궈내며 ‘철녀(鐵女)’로 불렸다. 경기장 맨 앞에서 크비토바의 우승을 지켜본 나브라틸로바는 “크비토바의 테니스는 용감하다. 여자 테니스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고 기뻐했다.
나브라틸로바의 칭찬처럼 크비토바는 올해에만 우승컵을 4차례나 들어올리며 테니스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잔디, 하드, 클레이, 실내 등 모두 다른 유형의 코트에서 만들어낸 우승이라 더욱 값지다.
한편 7년 만에 윔블던 우승을 노린 샤라포바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2008년 오른 어깨 수술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라 재기에 성공했음을 알렸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