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내 장례식에 오지 말고 청해부대 임무를 완수하길 바란다. 재훈이가 아들이어서 늘 자랑스러웠다.”
지난달 27일 청해부대 7진(충무공이순신함) 소속으로 소말리아 바다 위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의무참모 장재훈(33) 대위에게 선친의 유언이 전해졌다. 비보를 접했을 때는 이미 이틀 전에 아버지 장종성(67)씨가 숙환으로 세상을 뜨고 장례식 마저 끝난 뒤였다. 임종을 지키지 못한 장 대위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외과 전문의인 장 대위가 소말리아로 파견된 것은 5월. 인근해역을 지나던 독일 상선에서 발생한 필리핀인 급성 복막염 환자를 응급치료 하는 등 활약해왔다.
아버지 장씨는 6년 전 간경화로 인한 간 이식 수술, 지난해엔 폐암 수술까지 받는 등 오랜 병치레로 쇠약해진 상황에서도 아들의 청해부대 파견을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지난달엔 심부전증으로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투병해왔다. 고인은 임종 직전 “재훈이가 군인으로서, 의사로서 당연한 도리를 다하고 임무에 지장이 없도록 내가 죽더라도 사망소식을 알리지 마라”는 유언을 남겼다. 가족들은 장례식이 끝난 27일 오후에야 장 대위와 안부전화를 하면서 별세 소식과 유언을 전했다. 청해부대장은 휴가를 권유했지만 장 대위는 아버지의 유언을 따르기로 했다.
사연을 접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은 2일 장 대위에게 “부친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임무를 다하는 결의가 마음 든든하다”는 내용의 위로서한을 보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