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영화책 1년에 1,000권 팔면 제가 받을 인세는 100만원입니다. 오탈자 아닙니다. 100만원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대출 받아 김밥집도 차렸다가 돈만 날려 먹고 다시 자판기 두드리고 있습니다. 종이값, 디자인 비용 전년 대비 70% 폭등. 미친 출판사가 아니고는 영화책 출간 해주지 않습니다.… 제작비가 부족해 표지, 종이질 B급 사용했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내용은 눈에 안약 넣어가며 공부해 가며 썼습니다.'
최근 등기우편으로 도착한 영화 관련 신간에 '단신 1단도 감사합니다'라는 작가의 편지가 붙어 있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화책 출간 작업'에 생계를 맡기고 있는 작가의 주저 없는 호소가 서글펐다.
이 작가가 '늘상 단군 이래 최악의 불황에 허덕인다'고 한 출판계도 작가보다 형편이 나을 게 별로 없다. 5월에 대형 유통업체 한 곳이 부도가 났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견 출판사 몇 곳도 최근 부도로 문을 닫을 처지다. 인터넷 서점들은 몸집을 불려가지만 중소형 서점들은 폐업의 연속이다. 최근 5년 동안 국내 출판 전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출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02년 제한된 형태로 도입된 도서정가제의 '완전 실시'를 출판계는 목이 터져라 외쳐대고 있지만 '규제 없는 자유 거래'라는 시장 논리를 뛰어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5년여 만에 다시 출판 담당기자 하는 소감이 착잡하다. 신문에 소개해 달라고 보내오는 신간은 어림잡아 20~30%는 줄어든 것 같다. 한때 유행처럼 쏟아지던 인문, 자연과학 분야 교양ㆍ전문서 출간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실용서가 태반이다. 불황을 탓하고 책 안 보는 독자를 원망해 무엇하랴마는 갈수록 쪼그라드는 출판계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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