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의 왕'인 남편에게 상을 바치겠습니다."
여경 창설 65주년을 맞아 1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으뜸여경'으로 선정된 경기경찰청 형사과 조은숙(52)) 경감은 수상 소감을 남편 자랑으로 시작했다.
1977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이번에 특진까지 한 그는 "사건 해결 때문에 집에 안 들어가는 날이 한 달에 열흘이 넘는 게 부지기수였다"며 "남편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70년대 초 인기 드라마 '수사반장'을 보고 경찰의 길을 택했다가 너무 힘들어 회의가 들 때도 있었다는 조 경감은 "항상 도전하는 자세로 일하면서 보람을 찾았고, 그 보람으로 버텼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해 성폭력 사범 96명, 2009년엔 성매매 업주 634명을 검거하는 등 강력 범죄 분야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렸다.
한편 최근 이뤄진 총경급 인사에서도 여경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5일자로 각각 서울강동서와 경북 영양서 수장으로 부임하게 되는 김해경(52ㆍ서울경찰청 생활질서과장) 총경과 진계숙(59ㆍ경북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 민원실장) 경정이 주인공들이다.
김 총경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를 갖춘 '모성적 리더십'으로 서울 동부 관문을 든든히 지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8년 3월 남편인 현재섭(49) 경찰청 수사과장과 함께 총경으로 승진, 국내 유일의 부부 총경이 됐다. 김 총경은 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했으며 84~91년 청와대 경호실에 파견돼 영부인 이순자 김옥순 여사의 경호를 맡기도 했다.
진계숙 경정은 72년 순경 공채 1기로 임용돼 39년만에 서장에 올랐다. 그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말 정년 퇴직하는 진 경정은 "여경이라는 말에 기대거나 그 뒤에 숨어서 지낼 생각을 하면 안 되며, 여경이기 이전에 경찰이라는 점을 늘 가슴에 담아야 한다"는 말로 후배들을 독려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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