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에 있는 재즈클럽 '올 댓 재즈(All That Jazz)'가 새 둥지로 이사를 간다. 그곳을 재즈마니아들은 '한국 재즈의 성지'라 불렀다. 올 댓 재즈는 1976년부터 35년간 그 자리에서 재즈를 연주했다. 내 청춘의 시절, 나도 올 댓 재즈의 단골이었다. 자리를 꽉꽉 채우고 미8군의 라이브 연주를 듣는 뜨거운 객석에 나도 혼자 앉아 있었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서른 무렵의 나에게 그곳은 재즈의 바다였다. 뮤지션들의 연주는 세찬 파도였고 관객은 거침없이 부딪혀 튀어 오르는 하얀 포말이었다. 나는 재즈를 잘 몰랐지만 그 열정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심장을 내리치던 드럼, 영혼을 건반처럼 두들기고 가던 피아노, 온몸을 찌릿찌릿 감전시키던 베이스 기타 소리에 나는 황홀했다.
나는 갈월동 어디 하숙집에 살던, 경찰 기자였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경찰서도 내 출입처였다. 그러다 올 댓 재즈를 만났다. 루이 암스트롱을 알았다. 듀크 엘링턴의 스윙 재즈를 알았다. 테이크 파이브(Take Five)도 흥얼거릴 줄 알았다.
고향에서 국어교사를 하다 올라간 서울은 내게 낯선 문법이었다. 모국어로 소통할 수 없는 외계에서 나는 자주 절망했고 더 자주 남쪽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럴 때마다 올 댓 재즈는 내가 숨어들던 비상구였는데. 오늘은 낡은 진공관 앰프에 불을 밝혀 재즈연주를 들어야겠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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