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직격 인터뷰] 소설 '카지노' 작가 김진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직격 인터뷰] 소설 '카지노' 작가 김진명

입력
2011.07.01 17:30
0 0

■ "도박본능 앞 이성은 무력, 카지노에선 누구도 딸 수 없다"

카지노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주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연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말을 꺼낸 뒤부터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서울 제주 부산 인천 속초 등에 16곳이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이곳에 내국인의 출입을 허용하자는 것인데, 과연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여론이 반발할 듯한 조짐을 보이자 정 장관은 "당장 계획은 없다"고 서둘러 봉합했지만 그 발언의 전후를 살펴보면 언제든 다시 이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소설 를 쓴 작가 김진명씨(53)는 카지노 전문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부터 네팔의 카지노까지 세계 각국의 카지노를 섭렵하고, 도박사의 세계를 연구했다. 지금도 소설을 쓰지 않는 여유시간에 가끔 강원랜드를 찾아 카지노의 세계를 탐험한다는 그를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시의 집필실에서 만났다. 제천에서 강원랜드까지는 자동차로 4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_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입장을 허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단순하게 된다, 안 된다 이야기할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고려해봐야 할 게 있다. 문화부 장관이 한 말의 문맥을 보면 카지노도 자본주의 국가에서 생겨난 장치이고 외국의 경우 얼마든지 국민이 제한 없이 출입하고 카지노의 즐거움을 향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것을 그걸 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국인들이 외국에 가서 게임을 하고 엄청난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 아니냐, 국민의 자유도 찾고 관광수입도 보전하고 싶다, 이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 생각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카지노의 폐해는 외부 사람들이 대략 짐작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고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

_ 카지노가 그렇게 무섭나.

"지금은 카지노 문화에 대한 사회 인식도 약하고, 카지노 내부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내국인에게 개방하면 그 매출만 수십 조원이 된다. 카지노 하나당 매출이 몇 천억원 단위가 아니라 몇 조원씩 발생한다. 그런데 카지노 매출은 손님에게서 카지노로 일방적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반대급부가 하나도 없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가 아니라 '원 웨이 기브'(one way give)다. 그냥 나가기만 하는 것이다. 수십 조원의 돈이 손님에게서 카지노로 빠져나가면, 일반 가정은 견디질 못한다."

_ 주식과 비교하면 어떤가.

"주식은 대개 여유가 있는 돈으로 한다. 그런데도 그 중에 일부만 빠져도 사람들은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카지노 게임은 주식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단 하룻밤에도 전 재산을 날릴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카지노를 전혀 대책도 없이 16개나 내국인에 완전 개방하는 것은 인민군 100만명을 국내에 풀어놓는 것보다 더 무서운 조치다."

_ 카지노의 폐해가 그렇게 큰가.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일반 사업가나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의사라든지 변호사라든지 하는 사람들도 극단으로 몰려 자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의사나 변호사가 자살한다고 하면 일반 봉급쟁이나 무직자, 직장은퇴자 같은 사람들의 운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데 대한 연구가 엄청나게 부족하다. 내국인 출입을 허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잃게 되는 손해를 비교해 보면 지금 상황에서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_ 이익보다 손실이 그렇게 크나.

"카지노를 모르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재미로 하다가 돈을 잃거나 하면 절제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인간의 이성을 믿지만, 막상 카지노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감당할 수 없는 도박 본능에 휘둘린다. 카지노는 전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고 완전한 해방공간이다. 한번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린다. 자력으로는 절대로 못 빠져 나온다. 카지노 안에서 게임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이성도 기대할 수 없다."

_ 누구나 그런가.

"그렇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아쉬울 것 없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사람들, 또는 몇 백억?이상 재산을 가진 수많은 자산가와 사업가들이 가진 거 몽땅 잃고 자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거다. 일반인이 사회에서 보는 상식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있는 일이 카지노에서는 일어난다."

_ 카지노의 무엇이 사람을 그렇게 몰아가는가.

"카지노에는 어떤 제한도 없다. 인간은 태어나 어떤 규범에 속해 산다. 어릴 때부터 도박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사회도 마구 도박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평생 하지 말라는 도박을 마음껏 하도록 풀어놓으니 일반인들이 여태껏 가지지 못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한 달 동안 월급 이삼백만원 벌려면 얼마나 괴로운가. 그런데 카지노에서는 5초, 10초, 1분만에 그 돈을 따기도 하고 잃기도 한다. 거기에 한번 맛을 들이면 인간이 자력으로 헤어나기는 힘들다."

_ 카지노를 사회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나.

"사람이 돈만 벌고 저축만 하고 사나? 사람에게는 다른 쪽으로 돈, 시간을 쓰면서 재미를 보고 싶어하는 본능도 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무조건 막아놓을 수도 없다. 자본주의의 기반은 개인주의다. 개인이 원하는 것과 국가가 원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옛날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카지노를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카지노는 거부감이 있는 곳이 아니다. 낭만이 있고 재미가 있다. 재미가 있으면 제일인 거다. 엄청나게 무서운 곳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문제다."

_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세계적으로 카지노는 늘어나고 있고, 사람들의 본능도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카지노에 대한 본능을 잘라버리고 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카지노는 도박만 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카지노들은 도박장인 동시에 온 가족이 가서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리조트 공간이다. 우리나라는 온 가족이 놀러가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규모가 적어 가족이 가서 휴가 즐기고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없다. 카지노의 질을 끌어올려 어느 누구와 놀러가도 스스럼없이 재미를 만끽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올 수 있는 쾌적하고 편안한 가족 단위의 리조트 공간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지금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놀음방과 비슷하다."

_ 어떻게 해서 카지노에 관심을 갖게 됐나.

"작가에게는 이 세상의 양지에 있는 사람 이야기 못지않게 음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도 중요하다. 인간의 억제된 욕망이 마구 분출됐을 때 어떤 길을 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 카지노다. 거의 모든 작가들이 카지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_ 카지노를 연구해보니 어떻던가.

"인간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존재다. 그래서 인간의 지평이 이만큼 넓어졌다. 왜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하느냐, 그 원리를 한번 생각해 보라. 만약 자기 아들이 도박을 하기만 하면 돈을 딴다고 할 때, 그걸 하지 말라는 아버지가 있겠나. 도박을 해서는 못 이긴다는 전제가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인간은 모든 것을 해내는 존재인데 도박만은 불가능한가, 그게 가능한 등식인가? 그러니 도박에 도전하는 사람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도박에 도전했다고 해서 마구 매도하는 것이 올바른 사회인가, 이런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_ 카지노 가면 다 빠져들게 된다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안 빠졌나.

"도박에 빠지지만 빠진 사람들이 다 끝장나는 것은 아니다. 강원랜드에도 수백만명이 갔지만 그 사람들 인생이 다 끝장나는 것도 아니다. 도박보다 더 큰 자기 세계가 있는 사람은 안 빠진다. 돈이 엄청나게 많은 빌 게이츠, 이건희 같은 사람이 카지노 도박하면서 재미를 느끼겠나. 카지노는 서민들, 돈이 급한 사람들, 돈이 자기 가치관의 전부인 사람들을 잡아먹는 것이다. 직장도 쫓겨나고, 퇴직금 몇 푼 갖고 뭘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한탕주의에 안 빠지겠나. 카지노를 더 열려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_ 어떻게 하면 승률을 높일까도 연구했나.

"그것도 무지하게 많이 연구했다. 세계의 도박사들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결론은 도박을 해서 따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게 뭐든지 길이 있으면 인간은 그것을 해내고, 다른 사람에게 교육을 시킬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도박에서 이기는 방법을 개발했다면 지금 인류는 도박에서 이기는 방법을 알 수 있고 카지노는 설 땅이 없다. 또 카지노에서 채택하는 게임들은 수학적으로 카지노가 이기게끔 돼 있다. 룰 자체가 그렇다."

_ 정말 아무도 딸 수 없나.

"최고의 인간이 한다면, 가령 서산대사나 10년 장좌불와를 한 성철 스님 같은 최고의 수도사들 이상으로 노력을 한다면, 따지는 못하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_ 카지노 말고 다른 도박은 어떤가.

"카지노가 아닌 도박은 그냥 장난이고 너무 유치한 것이기 때문에 내가 이야기할 게 아니다. 가령 친구들끼리 모여 포커를 하면 다섯 명이 할 경우 20% 확률은 있다. 그러나 카지노의 룰은 무조건 카지노가 따게 돼 있다. 바위에 계란 던지는 격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끔 게임 자체가 만들어져 있다. 카지노가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그 같은 공간을 굉장히 찾게 만드는 것이다."

_ 해방된 공간?

"그렇다. 마음껏 욕망을 떨치고 뭐든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거다. 사회에서는 조그만 돈을 벌려 해도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 카지노는 불가능이 가능한 곳이다. 어떤 사람이 직장을 나오면서 1억원이 있다 치자. 작은 장사는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카지노는 1억을 가지고 제로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반, 2억이 될 수 있는 확률이 반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_ 요즘도 가끔 강원랜드에 간다고 하는데, 진다는 걸 알면서도 가나.

"돈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고, 불가능에의 도전이 나의 관심사였다."

_ 소설 는 카지노 중에서도 특히 바카라 게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세상 수많은 게임 종목 중 제일 위험한 것이 바카라다. 전세계적으로 카지노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는 종목이 거의 다 바카라다. 그만큼 무서운 게임이다."

_ 왜 그런가.

"바카라는 세상에서 가장 단순한 게임이다. 비유하면 동전 던지기와 같다. 동전을 던지면 그림이나 숫자가 나온다. 바카라는 수십년을 한 사람이나 지금 처음 하는 사람이나 실력이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돼 사람들이 엄청나게 꼬여 든다. 바카라를 알게 되면 다른 도박 게임은 재미가 없어 할 수 없게 된다."

_ 사람이 도박에 끌리는 것은 게임의 속성 때문인가, 돈에 대한 욕망 때문인가.

"카지노 도박은 그게 겹쳐져 있다. 처음에 돈이 필요해서 카지노에 가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처음에는 재미로 가다가 돈을 잃고 나면 돈에 목을 매게 된다. 술이 처음에 맛이 있어 마시나? 한참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마시는 것과 같다. 카지노 갬블을 하는 사람은 이 갬블은 나를 위해서 있는 거구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_ 그건 왜 그런가.

"너무 편하고, 너무 쉽고, 재미나고, 돈이 쉽게 따지니까 그렇다. 경마장에 처음 간 사람이 아무 거나 찍었는데 우연히 찍은 말이 우승해 1만원 베팅했는데 30만원을 벌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나는 경마를 잘 하는구나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카지노는 경마보다 그런 착각을 몇 백 배 더 느끼게 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러니 안 빠질 수 없다."

_ 사회에서도 돈에 따라 사람이 휘둘리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것은 카지노에서 일어나는 것의 만분의 일도 안 된다. 사회에서 생활한 것 가지고 나는 돈에 안 휘둘린다는 생각을 갖고 카지노에 간다면 착각이다. 본인의 의지로 헤어날 수 있으면 사업이지 도박이 아니다."

■ 김진명

1958년 부산 출생. 한국외대 졸업. 베스트셀러가 된 첫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를 비롯해 한국사의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소설을 많이 썼다. 특히 일본, 중국의 한반도 역사왜곡을 치밀하게 파헤친 글이 많다. 철저한 고증으로 대한민국의 국호 '韓(한)'의 유래를 밝힌 <천년의 금서> , 일본의 한반도 침략 논리를 규명한 <몽유도원> 등이다. 국수주의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작품의 주제가 그러할 뿐 스스로는 일본과 미국에 건너가 놀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 "소설 '고구려' 삼국지보다 재미있게 쓸 것"

"작가는 천형(天刑)을 받은 사람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고 있어요."

김진명씨는 요즘 고구려의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소설 <고구려> 를 집필 중이다. 지난 3월 미천왕대를 다룬 첫 3권(새움 발행)을 낸 데 이어, 현재 4권을 쓰고 있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이제까지는 작가가 천형을 받은 사람이라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고구려> 를 쓰면서 이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고구려 역사는 700년이나 되지만 고구려 스스로 쓴 역사서가 남아 있지 않고 자료가 턱없이 부족해 13권이나 되는 소설 내용의 모든 것을 머리 속에서 짜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수대첩의 을지문덕이 몇 살이었는지, 어디 출신인지, 아버지는 누구인지, 형제는 몇 명인지, 어디서 죽었는지 알 수 있는 실마리가 어느 사료에도 없어요. 을지문덕도 그러니, 지금 쓰고 있는 미천왕이야 말할 것도 없죠."

그래도 그는 사마천의 <사기> 부터 최근에 나온 요하 지역의 고고학적 발굴 성과까지 두루 섭렵해 가능한 한 역사적 사실에 맞게 글을 쓰려고 한다고 했다. "책머리에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 읽기 전에 먼저 고구려를 알았으면 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삼국지보다 재미 없게 쓰고 우리 역사니까 알아야 한다고 하면, 작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요. 삼국지보다 재미있게 써야죠. 이거 다 쓰고 나면 혼백이 빠져나가 껍질만 남은 인간이 될 것 같아요."

그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우리 역사의 미스터리들을 주제로 한 소설을 많이 썼다. 이번 <고구려> 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 작가는 더 깊은 뜻?있다고 했다.

"지금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는 거의 다 뺏긴 거나 다름없어요. 중국 학자들이 고구려가 망한 뒤 고구려 사람들과 그 땅이 어디로 갔느냐, 그게 신라로 갔느냐고 물으면 우리 쪽에서 대답할 말이 없어요. 더 큰 문제는 북한에 일이 생기면 중국이 고구려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는 거예요. 신라 백제는 남한, 고구려는 북한이라는 거죠. 고구려는 우리 거니까 북한도 우리 거다, 이렇게 나올 수 있어요. 이걸 막기 위해 <고구려> 를 쓰는 거예요."

그는 고구려에 확실한 역사 기록이 없으면 작가들이 문학적 상상력이라도 발휘해 그걸 써놓아야 한다고 했다. "대가들이 삼국지는 마구 달려들어 번역을 하고 우리 고구려는 외면했어요. 이런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는데, 힘들지만 지금 안 해 놓으면 앞으로 더 힘들 것이다 하는 생각으로 쓰고 있어요."

인터뷰= 남경욱 선임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