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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1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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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1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대담

입력
2011.07.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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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6명 힘 합쳐 교육개혁 강도 높이겠다"

진보 성향의 교육감 6명이 지난달 30일 취임 1년 만에 처음으로 함께 모여 '교육혁신 공동선언'을 내놓으며, 앞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계에 진보적 목소리를 키우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공동성명 발표 직후 한국일보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서울 성북구 성북동 수연산방으로 초청해 '진보 교육감 1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서울과 경기교육청 산하 유초중고 학생수는 약 328만명(2010년 기준). 전국 777만명 학생 중 42%에 해당의 교육을 두 교육감이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진보 교육감들이 정치에 교육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 공교육이 붕괴 직전이라는 진단은 진보ㆍ보수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진보 교육감들이야말로 교육현장 민주화를 통해 공교육을 개혁할 적임자"라고 반박했다.

-보수 정권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1년을 돌아본다면.

김상곤= 지난해 국민들은 교육을 변화시키라며 우리를 선택했다. 지난 1년은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학교 현장과 교육 전반에 실현시킬 채비를 갖춘 기간으로 이해해 달라. 아쉬운 부분은 그 동안 우리가 현 정부 교육당국에게 기존 교육방향에 대한 조정을 요청했으나, 오히려 검찰에 고발한다거나 일방적 직무이행명령을 내리는 등 권위주의적 자세로 지역주민이 부여한 교육자치권을 억제하려 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곽노현= 가장 큰 성과는 인사와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높인 것을 꼽고 싶다. 삼중(三重)의 민주주의를 교육에서 실천하고자 했다. 첫째는 교육행정에 시민의 참여와 감시를 강화하는 교육행정 민주주의, 둘째는 평교사가 중심이 되는 학교 민주주의, 세번째는 학생 목소리를 듣는 교실 민주주의였다. 이중 교육행정 민주주의는 주민참여예산제 등으로 제도화했고, 교실민주주의도 학생참여위원회 활성화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반면 평교사 중심의 학교 민주주의는 미흡했다. 새 것을 이루려면 옛 것을 덜어내고 비워야 하는데, 계속 새 것만 얹어 교사들에게 부담을 지운 것 같다.

-최근 한국일보 전국 초중고 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진보교육감에 대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과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반쪽 짜리 교육감을 벗어날 비책이 있나.

김= 큰 틀에서의 교육개혁은 교총ㆍ전교조 모두 공감한다. 다만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범위나 완급에서 의견차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꾸준히 의견조율을 진행하면 양측의 이견의 거리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 지난해 10월 경기도교육청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올해 4월과 6월 학교 현장 설문조사 결과 '인권조례가 잘 정착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교사들은 4월 57%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6월초에는 그 응답이 70%를 넘었다.

곽= 보수와 진보의 의견차는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지만 한국일보 설문조사에서 같은 정책을 놓고 전교조 교사는 90%가 넘게 지지하고 교총 교사는 60%가 반대하는 결과를 보고 솔직히 놀랐다. 교사 사회가 이렇게 분열된 것은 교육행정이 잘못된 탓이다. 이제까지 교육관련 기관들은, 전교조는 적대시하고 교총은 하대했다. 지난 1년간 서울시교육청은 각종 정책자문위원회에 교사위원을 임명할 경우 교총 소속 반, 전교조 및 비교총 소속 반으로 정확히 나눴다. 교사를 교육의 주체로 복원하고 양 단체의 입장을 동등하게 대우하면 교사들의 이념 양극화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진보교육감들은 교과부에 대해서는 교육자치를 주장하지만 정작 개별학교에 대해서는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간접체벌 허용범위를 일선학교가 학칙으로 정하라'는 교과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 진보교육감은 학교별 재량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 교과부 시행령에는 '간접체벌' 문구가 없다. 일부 언론과 보수층에서 시행령에도 없는 '간접 체벌'이란 용어를 만들어 불합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법인 시행령에서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을 경기도교육청 조례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니 학교에서는 체벌 조항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올바르다. 체벌금지로 교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도 있는데, 경기도는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기 전에 교권보호헌장을 먼저 발표함으로써 교권과 학생인권이 상호 존중되도록 했다. 사제간 구타가 '사랑의 매'라는 가부장적 용어로 미화되는 건 이제 사라져야 한다."

곽= 군대식 기합문화를 학교 현장에 재현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간접 흡연이 해롭듯이 간접체벌도 폭력 추방의 관점에서 보면 해롭다. 그러므로 체벌은 어떤 방식도 허용할 수 없다. 다만 허용된 학생 징계용 벌점이 축적된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장 달리기' 등을 실시하는 것은 학생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일부 교사들이 체벌 금지로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하는데, 매의 빈자리에 교사의 생활지도 역량을 채워야 할 것이다. 교사는 교실의 리더이자 멘토이기도 하기 때문에 향후 교사연수과정에 학생을 통솔하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 후 일부에선 학교 예산 부족으로 '방과후 활동 등이 축소됐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진보교육감 정책이 중산층 이상에게는 불이익을 준다는 생각이 많다.

김= 처음 무상급식을 시작할 때 다른 지원이 줄어들 거란 걱정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만하게 집행되는 예산을 줄이고,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하면 충분히 재원확보가 가능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주민참여예산제 도입으로 2009년 하반기 1,300억원 정도를 절감했다. 현재 무상급식에 연간 2,000억원 정도가 투입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무상급식 때문에 다른 분야가 소홀해진다는 건 근거 없는 비난이다.

곽= 최근 학교현장에 문제가 생기면 체벌금지 무상급식 탓으로 돌리는 조류가 생겼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무상급식괴담이라 부른다. 서울은 연간 1,200억원 가량을 무상급식에 쓰고 있다. 이는 전시성, 관성적 지출을 조금만 줄여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교육환경개선사업에 시민 실사단을 둬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꾀했다. 그 결과 각 학교에서 신청하는 교육환경개선사업비 요구액이 지난해 1조1,000억원에서 올해 3,500억원으로 줄었다. 무상급식으로 인해 불가피한 감축이 없을 수는 없지만 모든 불만을 무상급식 탓으로 돌리는 건 억지다.

-진보교육감이 되면 그 지역 학생들은 공부를 못하게 될 거라고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곽= 현행 대학입시제도 하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편 지식을 암기하며 6년을 보낸다. 그 기간 동안 대부분 학생들은 열등감 속에서 스스로 목표의식을 세우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지낸다. 하지만 미래가 요구하는 학력은 창의적ㆍ비판적 사고, 문제해결 역량이다. 이런 학력은 독서습관, 자기주도 학습역량, 협력과 배려 등을 통해 키워진다. 이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뒤쳐지는 능력이다. 진보 교육감이 추구하는 민주사회의 공교육은 바로 이런 학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는 창의력 상상력 도전정신 이런 것들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인재를 기르려면 우물 안에서 뛰어난 개구리를 만드는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안 된다.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해야 국제사회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교육에 있어서 경쟁원칙을 신봉하는 현 정부가 중시하는 일제고사를 보자. 서열주의를 강화하는 성적 공개가 합리적인지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를 거부하는 소수를 위해 대안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까지 막는 건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덧붙이자면 경기도 내 혁신학교 중에는 이웃 시도에서 전입이 몰려 고민하는 학교도 있다.

-혁신학교 성과를 강조하는데, 대안교육을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김= 새로운 공교육이라는 의미에서 대안 공교육이라 불릴 수 있겠지만, 기존의 대안교육과 다르다. 혁신학교는 기본적인 교육 프레임을 존중하면서 학교에 많게는 40~50%의 자율권을 부여한다. 교육의 대안이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곽= 혁신학교는 특권학교나 대안학교가 아니라 단지 '먼저 하는' 학교다. 평교사는 행정업무에서 해방돼 오직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고, 교장은 평교사의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학교 운영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학교인 것이다. 이는 연차적으로 모든 학교로 퍼져야 하는 시스템이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곽= 교육을 하면 할수록 개인과 공동체가 불행해지는 현재의 시스템을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사제 관계가 바뀌어야 하고 그 열쇠는 교사가 쥐고 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가르치는 평교사들을 공직시스템 속 하급 공무원 취급하는 관행부터 없애고, 동시에 교사를 교육서비스를 파는 세일즈맨 취급하는 시장주의적 태도도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감이 생색내기 위해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내 교사를 잡무에 시달리게 하는 각종 정책사업을 모두 없애겠다. 학교를 민주사회의 공교육 본질에 적합하게 되돌려 놓고, 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 6명의 진보교육감이 책임지는 학생수가 전국의 56%에 이른다. 지금까지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각자 역할을 해왔다면 이번 공동선언을 계기로 연대해 교육개혁의 강도를 높이겠다."

정리=김혜경기자 thanks@hk.co.kr

사회=정영오 사회부 汰?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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