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믿가믿(나 믿어 가코 믿어)’. 류중일 삼성 감독의 유행어를 이제는 한대화 한화 감독이 카림 가르시아(36)로 바꿔 써야 할 듯하다.
‘가르시아 태풍’이 연일 프로야구를 강타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친 존재감’이다. 지난달 10일 한화 유니폼으로 바꿔 입고 한국 무대로 돌아온 가르시아는 1일까지 15경기에 출전해 6홈런 24타점을 올렸다. 올시즌 전 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213타점을 기록하는 어마어마한 해결사 본능이다.
주자 2루 이상의 득점권에서 성적은 타율 4할(20타수 8안타)에 5홈런 22타점. 홈런과 타점을 대부분 찬스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반면 삼진은 4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또 15안타 가운데 홈런 6개로 19타점을 쓸어 담는 ‘클러치 히터’의 면모를 과시했다. 모두 영양가도 높아 솔로 홈런은 하나도 없다.
한화는 가르시아가 홈런을 때려낸 5경기에서 한 번 밖에 지지 않았다. 6월 성적은 12승10패(0.545)로 삼성과 KIA(이상 15승 7패ㆍ0.682)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가르시아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바깥쪽 공 공략 주효
지난달 30일 현재 가르시아의 타율은 2할6푼3리(57타수 15안타). 약점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밑으로 떨어지는 변화구에 자주 헛스윙을 한다. 타석에서 적극성도 여전해 홈런 6개 모두 3구 이내를 공략해 만들어냈다.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바깥쪽 공을 밀어치기 시작한 게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타격을 했다면 가르시아는 올시즌 히팅 포인트를 다소 뒤에 두는 타격 폼을 택했다. 지난달 15일 KIA 로페즈에게 뽑아낸 좌월 만루 홈런이나 다음달 유동훈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밀어 쳐 만들어낸 홈런이 대표적인 예.
강석천 한화 타격코치는 “바깥쪽 공을 잘 커트하면 몸쪽과 가운데로 몰린 공이 많이 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게 적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일성 KBS N 해설위원은 “첫 홈런이 당겨 쳐서 나온 것이었다면 지난해와 다를 게 없었다”면서 “두 개의 홈런을 밀어 쳐서 만들어내면서 가르시아가 확실히 감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방망이 무게 줄여 배트 스피드 극대화
가르시아는 최근 방망이 무게를 1,030g에서 940g으로 줄였다. 가르시아 본인 스스로도 지난 30일 SK전이 끝난 뒤 “가벼운 느낌이 좋다. 공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에 10g 정도만 의식적으로 가볍게 쓴다. 90g나 줄인 건 극히 드문 일.
이는 배트 스피드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까지 가르시아는 1,000g이 넘는 배트의 무게를 이용해 홈런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1975년생인 가르시아도 체력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는 스윙 궤적이 눕혀져 나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망이 무게를 대폭 줄인 셈. 장종훈(전 한화) 심정수(전 삼성) 등 전설적인 거포들도 방망이 무게를 줄이며 배트 스피드를 보완한 것과 같은 이치다.
하 위원은 “지난해 퇴출되면서 멕시칸리그에서 한국야구를 접목시켜 훈련에 임한 것 같다. 선구안과 바깥쪽 공 공략이 좋아졌다”며 “단점은 분명한 타자지만 한국야구에 대한 적응력이 빨라 올시즌 투수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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