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21인 "내 삶의 특별한 장소는…"
내 인생의 도시/ 오태진 지음
인간은 발 디디고 선 곳을 기반으로 해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한 인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책은 장소를 통해 명사들의 인생 궤적을 돌아봤다. 소설가 전상국은 자신의 삶을 '춘천을 떠나, 춘천을 그리다, 춘천에 돌아오기를 거듭한 과정'이라고 회고한다. 영화감독 곽경택, 소설가 한승원 은희경, 시인 안도현 정일근, 민속학자 황루시, 화가 이왈종,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등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명사 21명이 주인공. 저자가 그들의 현재 거주지 또는 특별한 장소를 함께 걸으며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충북 중원에서 나서 경북 월성 원전에서 첫 직장을 얻어 생활하다 서울 변두리를 전전하던 시인 함민복이 강화에 자리잡게 된 사연,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인 봉천동 토박이 소설가 조경란이 말하는 추억담 등을 시시콜콜하게 담아 재미를 더했다. 저자는 30년 경력의 기자로 자신의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명사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살렸다. 푸르메ㆍ312쪽ㆍ1만2,8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 철학은 어렵다? 편견을 깨봐
철학의 책 / 윌 버킹엄 외 지음
철학은 인류가 일상적 사고에서 벗어나 삶과 우주에 대해 소소한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철학이 인류의 전유물인 이유다. 이 책은 고대, 중세, 르네상스와 이성의 시대, 혁명의 시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철학자들과 그 사상들을 두루 살펴보고 이들의 핵심적인 개요를 제공한다. 또한 철학자들이 탐구하던 사상을 바탕으로 그 당시의 문화와 사회 분위기 등 그 사유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일러스트와 도해, 사상과 관련된 그림, 사진 들이 어렵게 여겨지던 철학의 본질을 한 눈에 명확하게 파악하도록 도와 준다. 책 섹션의 한 부분인 '맥락읽기'는 한 시대의 사상이 특정 사상과 다음 세대의 사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경희 박유진 이시은 옮김. 지식갤러리ㆍ352쪽ㆍ3만8,000원.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 한국기업, 일본을 어떻게 따라잡았나
한국의 황제경영 일본의 주군경영/ 김현철 지음
일본 기업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우리 기업들이 이제는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지난 몇 년간 세계경제가 침체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우리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서 선전하며 위기를 잘 헤쳐왔다. 한국의 저력을 조명하는 데 인색했던 일본 보수 언론들도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 배우기 같은 특집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기업에 컨설팅을 해주는 한국인 저자가 한국 기업문화를 궁금해 하는 일본 독자를 위해 쓴 책으로, 일본에서 먼저 발간됐다. 저자는 우리 기업의 성공 전략으로 빨리빨리 문화, 적당주의, 독특한 영업 문화, 뼛속 깊이에서 나오는 브랜드 전략 등을 들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느라 변화 속도가 느린 일본 기업보다 속도전에 강한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략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기업 문화를 세세하게 짚어내는 저자의 안목이 빛나지만, '한국 기업 문화가 과연 좋기만 한가'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강신규 옮김. 21세기북스ㆍ244쪽ㆍ1만3,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