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지금의 방식은 안 된다.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언제까지 이렇게 해마다 같은 일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해야 하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 위원들은 대폭, 사업자 위원들은 동결 아니면 최소 인상을 주장하다 각본처럼 협상이 깨진 채 시한을 넘기거나 공익위원들 손에 맡겨버린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놓고 노사가 갈등을 빚다 법정시한을 넘겼고, 급기야 사용자와 근로자 위원이 무더기로 사퇴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460원(10.6%) 인상과 135원(3.1%) 인상을 놓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다 서로를 비난하며 협상을 포기해 버렸다. 양측의 주장도 앵무새이다. 근로자 위원들은 물가 인상, 생계비를 반영하지 않은 협상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용자 위원들은 영세기업을 위협하고 일자리를 줄이는 과도한 인상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복한다.
다음 단계인 공익위원들의 최종 인상안 결정도 매년 비슷하다. 노사 양측의 최종안 중간쯤으로 한다. 이러다 보니 노사 모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처음부터 무리한 조건을 제시해 놓고는 최종 결과에 불만을 터뜨린다. 1988년 최저임금법이 적용된 이래 23년 동안 노사 만장일치로 결정된 경우는 4번뿐이었다.'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무시되거나 저마다 산출 근거가 달라 마찰을 빚기 일쑤다. 출발부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에 바탕을 둔 합의가 불가능하다.
하루 빨리 바꾸어야 한다. 최저임금은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은 하지만 지금의 방식에 대해서는 노동계도, 경영계도 원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아예 법으로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정하자"고 요구하고, 경영계는 정부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다.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물가 및 최저생계비와의 자동연동제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더 이상 노사 힘겨루기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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