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 3기'에 나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대표단이 1일 전세기편으로 결전의 장소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향해 장도에 올랐다.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강원 평창은 앞서 두 차례 도전에서 모두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도 결선 투표에서 고배를 마신 뼈 아픈 기억이 있다.
기자 개인적으로도 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는 현장에서, 2007년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는 데스크로서 평창의 역전패를 지켜 봤다. 이번 만큼은 이전 같은 시행착오가 없어야 한다.
첫 번째 도전 실패를 준비와 경험 부족으로 돌린다면 두 번째 실패는 '이 정도면 될 수도 있겠다'는 자만심이 화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일부에서는 투표결과 발표 직전까지도 평창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인프라와 인지도에서 뒤졌던 소치에게 역전패한 평창의 두 번째 실패는 러시아의 국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득표 활동에 밀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세 번째 도전은 더 없이 좋은 여건이다. 쇼트트랙을 제외한 동계스포츠 종목의 불모지로 알려졌던 우리나라가 지난해 밴쿠버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동계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만천하에 떨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겨 퀸' 김연아가 마지막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서 IOC 위원들의 표심에 호소할 예정이다.또 평창 유치위는 PT에서 깜짝 놀랄만한 '히든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프리카 순방길에 나서는 이명박 대통령도 더반에서 합류, 막판 표심 잡기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나라 사정은 어수선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기자는 이건희 IOC 위원이나 조양호 유치위원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진선 유치 특임대사 등 관계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믿는다. 4년 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소치를 위해 활약했듯이 이 대통령도 더반 현장에서 마지막 득표 활동을 통해 평창 유치를 위한 화룡점정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계올림픽 전반과 IOC 위원들의 성향 파악 등의 사전 정지 작업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100여명에 달하는 IOC 위원들과 악수나 하며 표를 호소하는 정도라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외교적 수사보다는 우리가 10여년간 꾸준히 해왔던 드림프로그램(아프리카 등 동계 불모지 청소년들을 초청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강조하며 진정성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 테니스를 즐겨 하는 이 대통령이니만큼 요즘 영국 윔블던에서 열리고 있는 윔블던 테니스를 화두로 꺼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번 기회에 IOC 위원들을 상대로 '테니스 외교'를 펼쳐 보라는 이야기다.
더반은 우리 국민에겐 좋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약속의 땅이다. 1974년 홍수환이 아놀드 테일러를 눕히고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명언을 남겼고, 지난 해에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리그 3차전을 비기며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곳이다. 외신들은 평창이 유력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과신하고 느슨해진다면 또 다시 프라하나 과테말라시티 총회의 재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은메달이나 동메달도 소중하지만 유치 경쟁에서는 오직 금메달뿐이다. 대표단이 6일 밤 12시 실시되는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018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으며 개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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