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로 예정된 태국 총선에서 첫 여성 총리의 탄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자칫 정치적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 조사 결과 잉럭 친나왓이 이끄는 제1야당 푸어타이당이 지지율에서 아피싯 웨차치와 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을 15% 이상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잉럭은 2006년 쿠데타로 물러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 여동생으로, 수려한 외모와 겸손한 태도를 겸비한데다 농민과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잉럭이 승리할 경우 군부의 견제로 혼란이 우려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 보도했다. 탁신 전 총리의 부패 등을 문제 삼아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입장에서는 잉럭의 승리가 탁신 전 총리와 쿠데타에 대한 평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가울 리 없다. 군부 최고 실세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잉럭이 승리해도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드러내놓고 잉럭에 투표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푸어타이당이 승리해도 과반을 얻지 못하면, 집권 민주당이 군소정당과 연정을 구성해 더 많은 의석을 확보, 여당으로 집권할 수 있다. 군부도 군소정당들을 민주당과 연합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입헌군주제 도입 이후 쿠데타가 열여덟번이나 일어났을 정도로 태국에서 군부의 동향은 중요 변수다.
잉럭이 집권해도 혼란이 예상된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면 탁신 전 총리를 포함, 여야 정치범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는데 아랍에미리트에 머물고 있는 탁신 전 총리가 귀국, 막후에서 정치에 관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탁신 전 총리는 최근 "딸의 결혼식이 열리는 12월 귀국하고 싶다"고 밝혔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탁신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반정부 시위를 하자 웨차치와 총리가 조기 총선을 결정했다. 3일 총선에서는 선출직 의원 375명, 비례대표 의원 125명을 뽑아 새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CNN은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의 동남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력,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면 주요 동맹인 태국의 안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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