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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월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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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7월의 詩

입력
2011.06.3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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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이 이 땅의 푸른 시이길 기도합니다. 파도와 파도 사이 잠시잠깐 펼쳐지는 하얀 여백 위에 갈매기가 시를 쓰고, 미루나무 우듬지 푸른 잎마다 황금빛 햇살이 반짝이며 시를 쓰는 7월을 당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대숲을 지나온 소쇄한 바람은 여름 선방 추녀에 달린 풍경을 흔들어 그 끝에 달린 쇳물고기가 깨어 시를 쓰고, 그 시를 읽고는 물이 차고 맑은 자갈바닥 위에 사는 금강모치가 자신의 답시를 1급수 물길로만 흘려보낼 것입니다. 군복이 땀에 젖은 남과 북의 초병이 소총을 던져놓고 나무 그늘에 편안히 누워서 피어나는 새하얀 뭉게구름에 시를 쓰는 7월이었으면 합니다.

남의 국군이 쓴 시는 북으로 흘러가고 북의 조선인민군이 쓴 시는 남으로 흘러와 총구마다 시가 층꽃나무 꽃처럼 층층이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염전에서 바다가 뜨거운 소금의 시를 쓴다면 검게 그을린 가대기 노동자의 어깨 위에 피는 소금꽃도 뜨거운 시일 것입니다.

7월이기에 북태평양 어장에서 내 친구 이 선장이 건지는 은빛 꽁치 떼도 모두 시이고 깊은 바다를 고독하게 항진하는 흰긴수염고래도 거대한 시일 것입니다. 어머니는 시를 씻어 詩밥을 지어주시고 나는 냉장고에 시를 꽁꽁 얼려놓았다 냉詩로 시원한 꿀물을 타드릴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시에 미쳤다고 혀를 끌끌 찬다면 나는 7월 내내 시를 달여 약처럼 먹으며 살고 싶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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