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하면 브라질, 브라질 하면 축구다.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브라질은 명실상부한 세계 축구의 제왕으로 군림해왔다. 그런 브라질 축구의 위상이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치고 있고, 간판 스타의 대통도 끊겨질 위기에 놓였다.
브라질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에서 숙적 아르헨티나에 0-3으로 완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월드컵에서는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 대신 수비를 강화하는 ‘실리 축구’를 내세웠지만 8강에서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혔다. 남아공월드컵 이후에도 브라질은 세계 최강의 위용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9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남자 축구 대표팀 세계 랭킹에서는 5위까지 추락했다.
위기의 브라질 축구가 2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에서 개막하는 2011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에서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
2004년과 2007년 코파 아메리카를 2연패한 브라질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아르헨티나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앙헬 디마리아(이상 레알 마드리드) 등 화려한 공격진에 개최국 이점까지 지녔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장 하비에르 사네티(인터 밀란)를 복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우승후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아르헨티나가 우승 후보 0순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브라질의 저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이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무서움”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은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의 성공 조건으로 마노 메네제스 감독의 역량을 꼽았다. ‘뒤엉킨 삼바 리듬’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지휘자의 능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 위원은 “브라질 축구의 성공 사례를 돌아볼 때 개인기 이상으로 전술적인 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 당시에는 루이스 필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펠레가 활약하던 1960년대에도 4-2-4와 4-3-3을 혼합한 전술이 빛을 발했다”고 설명했다. 메네제스 감독은 ‘실리 축구’를 추구하던 전임 둥가 감독과 달리 브라질 특유의 공격 축구를 지향하고 있다.
‘3R’로 불리며 브라질을 2002년 한일월드컵 정상으로 이끌었던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히바우두의 대통을 이을 새로운 브라질의 슈퍼스타가 탄생할 지에도 눈길이 간다. 펠레를 배출한 브라질 명문 클럽 산토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네이마르(19)와 파울로 엔히케 간수(22)를 주목할 만 하다.
네이마르는 펠레가 직접 자신의 후계자로 거명한 초신성. 현재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첼시(잉글랜드) 등 유럽 명문 클럽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간수는 쟁쟁한 선배를 제치고 브라질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 10번을 부여 받았다. 코파 아메리카에서 카카를 대신해 플레이메이커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파라과이와 함께 B조에 속한 브라질은 4일 베네수엘라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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