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전통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을 인수해 화제다. 하지만 요즘 물류업계의 진정한 강자는 따로 있는데, 그 기업이 바로 글로비스다. 대한통운의 분기 매출은 6,593억원이고 당기순익은 44억원이다. 하지만 2003년 출발한 글로비스는 회사 설립 10년도 안돼 분기 매출 1조6,000억원, 당기순익 707억원인 국내 최대 물류회사로 성장했다. IT 서비스업체인 SK C&C도 국내 동종업체 가운데 단연 선두다. 매출 기준 2위 기업인 포스코 ICT와 비교할 때 매출액은 각각 3,299억원과 2,138억원이며, 당기순익은 1,659억원과 48억원으로 격차가 크다.
■ 이 기업들이 짧은 기간에 업종 내 부동의 국내 1위 기업이 된 건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이, SK C&C는 SK그룹이 뒤를 받쳐준 덕분이다. 현대차의 경우 완성차 및 부품의 국내외 운송 물량만도 막대하다. 여기에 중고차나 철강유통 등 파생사업의 볼륨도 만만찮다. 이 일감을 모두 글로비스가 넘겨받았다. SK C&C 역시 다른 일 없이 SK텔레콤을 포함한 그룹 전 계열사들의 시스템 통합 및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물량만 넘겨받아 '땅 짚고 헤엄치기'만 해도 1등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대기업들엔 핵심 부수사업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최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발표한 '재벌 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부수사업의 주종은 ▲부동산 관리 및 임대업 ▲운송 및 무역업 ▲시스템 통합 등 전산업 ▲광고업 등이다. 이 보고서엔 현재 약 5조8,000억원에 이르는 글로비스의 연 매출 중 89%가, SK C&C의 연 매출 1조4,700억원의 64%가 관계사 매출일 정도로 일감 몰아주기가 벌어졌다. 같은 식으로 국내 38개 기업집단이 계열 부수사업체 66개사에 몰아준 일감의 양은 전체 매출의 평균 57%에 달했다.
■ 문제는 이들 업체에 대한 재벌 일가의 지분이다. 글로비스의 경우 정몽구 회장 일가의 지분 비율이 52.17%이고, SK C&C는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이 55%를 차지했다. 이밖에 한화 두산 태광산업 등 상당수 재벌기업엔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부수사업체도 많다. 이러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01억원을 SK C&C 등에 '투자'해 2조440억원을 벌었듯, 부수사업체의 순익 대부분이 자동으로 재벌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우화가 있지만, 재벌들은 저마다 진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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