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펼치면 어디서나 대학의 '반값등록금'이 키워드다. 그야말로 '오만가지' 문제들이 지적되고 갖가지 해법들이 다 나오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이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라도 웬만하면 '반값'이야기에 대한 글은 피해 가려고 처음에는 마음 먹은 것이 사실이나, 매일 캠퍼스에서 대학생들과 대면하고 그들의 등록금으로 급여를 받는 교수로서 다른 사람의 일처럼 초연할 수만은 없어서 글을 쓴다.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
신문의 사회면 기사들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생의 4계절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를 짜깁기 해보게 된다. 봄의 새싹이라는 아이들은 나중에 잘 살려면 공부 잘하고 좋은 대학 가야 한다는 조급함에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교다, 학원이다, 학습지다, EBS다... 나열할 수 없이 많은 공부를 한다. 그러다가 싱그러운 봄날은 훌쩍 가버리는 것이 꼭 요즘 날씨 같다. 스무살이 되어 대학에 들어 온 젊은이들은 성큼 다가와 버린 여름에 심한 더위를 느낀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이 넉넉지 못한 서민가정의 학생들, 그중에서도 지방에서 올라와 도시생활을 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삶이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값싼 아르바이트 시급을 받아 생활비나 용돈, 게다가 등록금까지 보태야 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기에 그렇다. 남학생은 휴학 한두번하고 군대까지 갔다 오면 어느 덧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대학졸업을 한다고 해도 곧 취직이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안함의 연속이다. 그런데 매스컴의 어느 지면에서는 저출산이니 결혼을 해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애국자라는 글들도 실리고, 유아보육비 때문에 고민된다는 젊은 엄마들이 74%라는 교육개발원 조사도 실린다. 결혼, 출산, 유치원보육은 고사하고, 대출학자금 상환 때문에 고민하면서 힘겨운 여름을 보내야 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서 때론 그 부모들까지 거리시위로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자는 우리나라의 대학진학율 85%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라면서 대학을 갈만한 사람들만 가도록 해야 한다거나, 대학을 구조조정해서 입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공부를 더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문제인가, 나는 힘들게 살았어도 자식농사는 잘 짓고 싶다는 부모가 문제인가? 아니다. 선제적인 고등교육정책을 준비하지 못한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다. 우리국민들의 전통적인 향학열과 소수자녀라는 사회변화의 데이터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0년에는 한해 출생아수가 86만명이고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2.83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출생아가 44만으로 급감했고 합계출산율은 1.15명으로 떨어졌다. 쉽게 말해, 여성 1명이 평생 1명 정도만 낳는데, 어느 어머니가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 싶지 않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2009년 고교 졸업자의 97%가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실제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85%라는 교육부 공식통계가 잡히는 것이다.
해법은 교육재정 확대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을 정부가 대중적 정책으로 채택하고 이를 지원해 줄 것을 국민은 원한다. 이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 대학교육이란 선별된 소수엘리트만 가던 고등교육의 차원을 넘어 대중교육으로서의 단계에 접어 들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 같은 사회적 변화를 직시하고 교육재정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할 때다. 이것은 주로 사립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유아교육도 마찬가지다. 물론 교육공급자인 대학의 체질개선과 질 관리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빚을 지워서 사회로 내보내면 인생을 펄펄 날아 보지도 못하고 주저앉게 될까 심히 걱정이다. 젊은 태양들이 한창 정열을 뿜어야 할 청년기를 과도하고 힘겹게 보내게 되고, 장ㆍ노년기 부모세대까지 그 여파가 밀려와 노후생활이 위협을 받는 국민들이 많아지면 그것은 행복한 사회가 아닐 것이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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