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작심한 듯 야당인 공화당을 성토했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국가부채상한 증액과 리비아 군사개입 등을 의제로 한 기자회견에서다. 국가 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는 국가부채 문제를 놓고 공화당 지도부와 끈기있게 협상을 이끌어온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였다.
미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면돌파'로 방향을 틀었다"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백악관은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회견에서 최대 이슈는 국가부채상한 증액문제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의 학교생활에 비유, "말리아와 샤샤는 하루 전날 숙제를 끝낸다. 말리아는 13살이고 샤샤는 10살이다"며 "의회가 그렇게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가부채 증액)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독립기념일(7월4일) 휴회를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백악관은 14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지출을 줄이겠지만, 이와 병행해 부유층과 헤지펀드, 정유업체 등 대기업에 대한 감세혜택을 없애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세수확충을 통해 10년간 4,000억달러의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은 계층을 막론하고 어떠한 증세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논리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공화당의 행태를 국민에게 직접 알려 심판받도록 하겠다는 압박전술의 일환이라고 언론들은 풀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들고나올 때도 공화당의 반대에 맞서 직접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 관철시킨 적이 있다.
공화당도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지금 행정부는 우리 자식이나 손자들을 빚더미에 파묻으려 한다"며 "세금을 올리면서 부채를 증액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응수했다.
의회 승인 없이 리비아 군사개입에 나섰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법적인 판단은 대법관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의회가 본질보다 형식에 더 얽매이고 있다"고 일축했다.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가부채에 대한 시장의 경고는 이날도 계속됐다.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의회가 부채 증액협상에 실패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현재의 'AAA'에서 최저수준인 'D'로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도 미국이 정부부채를 줄이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Aa'로 낮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9일 발표한 '미국 경제분석 연례보고서'에서 "협상이 불발할 경우 전세계 금융시장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휴회 반납 발언 때문인지 미 상원은 독립기념일(7월4일) 휴회 기간에도 회의를 소집, 정부채무상한 증액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해리 리드(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4일부터 일주일 동안 휴회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협상을 서둘 것을 약속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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