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 문제는 초대형 딜레마다. 한쪽에서는 이걸 해 주면 나라가 다 망할 것이라며 죽어라 반대하고, 다른 한쪽에선 별 문제 없으니 하자고 난리다. 그래서 정부도 어떻게 할지 몰라 그저 착한 소녀처럼 두 손만 곱게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용기 있게 첫 화두를 던졌다. 그는 22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조찬간담회에서 내국인 출입 허용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다음 날 "내국인은 사행 산업이라고 해 출입이 안 된다면서 외국인은 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얘기한 것이 이렇게 와전됐다"고 불을 껐지만 사실 출입 허용이 그의 속마음이란 분석이 많다. 이는 고관들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꺼낼 때 흔히 쓰는 방식이기도 하다. 치고 빠지기 말이다.
정 장관이 이런 의견을 갖고 있다면 이건 정말 다행이다. 관광산업이라는 뺏겨선 안 될 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지극히 당연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강원랜드만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고 서울 3곳, 부산 2곳, 인천 대구 속초 각 1곳, 제주 8곳의 카지노에는 출입이 막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내국인이 도박을 위해 외국으로 떠난다. 그래서 빠져나가는 외화가 얼마나 되는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합법적으로 도박할 곳이 없다 보니 곳곳에 불법 도박장도 넘쳐난다. 게임장부터 인터넷과 개인주택까지 예외가 없다. 온ㆍ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두 환상적인 불법 도박판으로 변한 것이다. 4월 김제 마늘밭에서 갑자기 '뿅'하고 나타난 100억원도 불법 도박장의 검은 돈이었다.
물론 허용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온 국민이 카지노로 몰려가 전 재산을 걸고 도박을 하는 망조 공화국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강원랜드로부터 해답을 구할 수 있다.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을 보면 도박 중독자에 대해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강원랜드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출입 제한을 요청하면 카지노에 못 들어오게 하는 내부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출입 제한자를 각서를 받고 들여보내 줬다거나 출입 제한자인 줄 모르고 출입시켰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더라도 강원랜드처럼 출입 제한을 멍하게 하지 않고 단단히 관리한다면 그 피해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못할 경우에 대비해 처벌 규정도 필요하다.
사실 출입 제한은 기존 도박 중독자에 대해서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도박 중독자군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1인당 하루 판돈 제한이다. 현재 강원랜드는 1회 베팅 한도만 최고 3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하루에 얼마를 잃든지 제한하지 않는다. 따라서 1일 100만원 식으로 최대 도박액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하루 총액이 있더라도 횟수가 무제한이면 도박 중독자가 양산될 우려가 크니 1년에 3회 이상 할 수 없도록 하는 등 횟수도 규제해야 한다. 이를 어겼을 때는 도박자와 도박 업주 모두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인간의 도박에 대한 욕구는 제한할 수 있는 성질의 욕망이 아니다. 그래서 도박이 고대사회부터 존재한 것이다. 이를 인정한다면 그 답도 쉽다. 허용하되 잘 관리하는 것이다.
이은호 선임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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