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의원회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 정부 합의안을 일부 수정한 데 대한 검찰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29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안팎의 분위기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흘렀다.
이날 오전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의 사의 표명이 뇌관 역할을 했다. 국회 법사위의 수정안이 알려진 28일 오후부터 대검 간부들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일부 일선 검사들도 대책을 숙의하는 등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검찰의 대변자 역할을 했던 홍 부장이 사퇴한 것. 검찰 내부통신망에 사퇴의 글을 남긴 홍 부장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자신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임을 짐작케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곧바로 "이렇게 떠날 분이 아닌데"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검찰이 이렇게 모욕을 당하는데도 아무 말 못하는 건 치욕 아니냐"라는 목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중간 간부들의 불만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김호철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구본선 대검 정책기획과장, 형사정책단의 부장급 연구관 등 3명과 최득신 대구지검 공판부장도 잇따라 사의를 밝힌 것이다. 이어 대검 중견 간부 28명도 오전 11시40분부터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정부 내에서 완전한 합의를 이루고, 그 기관장들이 서명하고도, 경찰의 집단적 반발에 부딪혀 합의안의 주요 부분을 바꾸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령으로 검사 지휘 사항을 정하는 것은 사법경찰이 자기가 원하는 것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라는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인천지검과 의정부지검 등 전국의 평검사들도 비공식적 모임을 갖고 수사권 조정 절충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서울남부지검은 검사장 주재로 전체 회의를 갖고 국회의 이번 결정에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대검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후 들어 "내일 법사위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됐다. 김홍일 중수부장 등 대검의 검사장급 참모 4명이 추가로 사퇴를 표명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대검 관계자는 일단 "확인 결과 대검 부장들의 사표나 사의 표명은 없었다"라고 부인했지만, 김홍일 부장 등 당사자들은 전화기를 끈 채 외부와의 접촉을 피했다.
저녁 늦게 국제검사협회 총회 리셉션을 마친 김준규 검찰총장은 대검 청사로 돌아오지 않고 곧바로 퇴근했다.
하지만 공보관을 통해 7월4일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해왔다. 국제행사를 모두 마친 뒤 거취 표명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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