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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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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자

입력
2011.06.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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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가 10만명에 28.4명(2009년)꼴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뿐만 아니라 못사는 나라보다도 훨씬 더 많이 자살한다. 올해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생, 아나운서, 가수, 축구선수, 대학총장 등의 자살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정말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제 자살은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책임질 문제다. 정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우리는 단시간에 압축성장을 했다. 가난할 때 많은 걸 희생하고 돈을 모으는데 목숨을 걸었다.'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속에 모두 매진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잘 살게 되긴 했다. 하지만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도 쉽지 않다. 미래에는 자본이나 설비보다 양질의 인적 자원이 더 절실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생산력 있는 인구 집단이 두터워야 하고, 그들이 건강하며 교육을 잘 받아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선 인권과 사람 사이의 신뢰, 사회의 투명성과 부패 방지, 건설적인 문제 해결능력 등과 같은 기초 사회자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에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처럼 기본적 신뢰 구축과 갈등 해결능력이 없으니 사람이 제대로 성장하지 않고, 극단적 갈등과 자살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쟁 과잉과 그 후유증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해졌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원칙도 없다. 그러니 사회 격랑 속에서 학생이건 유명인이건 노인이건 상처받은 영혼들이 스스로 자신을 버리고 있다. 이 얼마나 처절한 경고의 신호인가? 그렇다고 남과 경쟁해 이기고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가?

자살을 줄이고 다시 도약하려면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정신건강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 물론 단순한 지식의 축적과 경쟁에 이기기 위한 법이 아니라 공존하고 상생하며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문제를 건강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치게 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갈등과 격차를 줄이고 사람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모두 산다.

물론 사회발전 방향에 대한 거대 담론은 단기적으로 자살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따라서 현실적인 자살방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위험 고령 인구집단의 사례관리, 제초제 사용에 대한 관리체계, 우울증 치료접근성의 획기적 강화, 자살시도자의 철저한 사후관리, 지역사회의 자살 예방 관련 인적 자원 개발 등이 그런 일들이다.

장기적으로는 사람을 우선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대전환이 꼭 필요하다. 그래서 길게는 사회변화의 방향을 재설정하고 가깝게는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자살예방정책을 적극 시행하여 자살이란 비극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간절히 바란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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