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핵심 가치인 경쟁과 효율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별 경쟁'이 아닌 '팀별 협동'으로, '단기적인 효율'이 아닌 '장기적인 효율' 시각에서 교육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29일 오후 서울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출간 기념 보고회였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경제학자들이 산적한 교육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함께 제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책 출간을 주도한 김윤자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교육을 망친다는 말이 부끄러웠다"고 운을 뗐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우리 교육에 경쟁과 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여러 부작용들이 양산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경제학자들이 의기 투합해 책을 낸 것도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다.
김 교수가 속해 있는 교수공공부문연구회는 경제학 전공 교수들이 중심이 돼 1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주로 에너지나 공항의 공공성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결과물을 책으로 내 왔지만, 모임을 만든 김상곤(한신대 경영학과 교수) 대표가 경기도교육감에 당선되면서 교육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초등학생부터 국가 최고 인재로 분류되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이 자살하는 현실을 보면서 경제학자 이전에 교육자로서 책임 의식을 느낀 것도 책 출간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부터 16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밤늦게까지 발제하고 토론했다. 김 교육감도 바쁜 와중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고 한다.
모임을 이끈 김 교수는 우리 교육에서 가장 비효율적인 제도로 '입시제도'를 꼽았다.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은 무시된 채 성적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경제학자답게 입시제도와 노동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나름의 시각을 내놓았다."생애학습시간이 입시 시점에 과도하게 몰려 있다 보니 노동시장도 경직될 수밖에 없어요. 평생에 걸쳐 공부하고 자기 계발을 하게 되면 계속해서 다른 직업, 다른 직장을 모색할 수 있게 되지만, 지금 같은 현실에서는 한 번 들어간 직장에 목을 멜 수밖에 없죠."
대안은 있을까. 그는 "교육제도는 학생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개성을 살려주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바뀌었어요.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공부를 해요. 미국에서는 교재로 활용하기도 하죠. 예전과 같은 교육 방식은 아이들의 행복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혁신적인 인재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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