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11시 중무장한 탈레반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인터컨티넨탈 호텔을 급습해 교전이 발생하면서 탈레반 9명을 포함, 최소 21명이 숨지고 8명이 부상했다. 폭탄조끼, 기관총, 수류탄으로 무장한 탈레반들은 경비원을 사살한 뒤 폭탄을 터뜨리며, 투숙객을 인질로 삼아 호텔을 장악하려 했다. 아프간 정부군이 장갑차 15대와 병력 200여명을 투입해 진압에 나서자 생존 탈레반 3, 4명은 옥상을 점거한 채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을 난사했다.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계속된 교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측이 헬리콥터 2대로 공격에 가세, 이들을 모두 사살하면서 종결됐다. 투숙객 약 70여명은 6시간 넘게 공포에 떨었으며 교전에 따른 총탄의 붉은 궤적이 밤 하늘을 장시간 수놓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외신은 단순 테러에 의지해온 탈레반의 이례적 호텔 공격에 경악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방어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장 조직화하고 규모가 큰 공격 중 하나"라며 "탈레반이 도시 중심가에서 암살과 자살폭탄 테러를 가할 능력을 입증했다"고 우려했다.
탈레반의 카불 공격은 매우 드물었으나 5월 2일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뒤 탈레반의 연례 춘계 공세가 개시되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내달 시작되는 관할권의 이양 논의를 위해 카불에 온 미국, 아프간, 파키스탄의 관계자들을 처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마크 그로스먼 미 국무부 특사 등 3국 관계자들이 29일 카불에서 외국군의 아프간 철군 관련 회의를 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그로스먼 특사는 안전하게 카불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된 민간인은 거의 호텔 종업원으로 밝혀졌는데 탈레반 측은 한때 300여명의 외국인과 아프간인을 인질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카불 서쪽 언덕에 위치한 6층 높이의 이 호텔은 2003년 로켓 공격을 받은 뒤 별다른 위험에 놓인 적 없는 안전한 곳이어서 외국 취재진과 외교관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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