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프랑스가 조약까지 맺고 거액을 투자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사업은 한동안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의 대표적 사례로 통했다. 이미 가라앉아 버려 건질 수 없는 비용에 집착한 결과 기업이나 국가가 오류의 늪에 더욱 깊이 빠지는 것은 그들이 특별히 불합리해서가 아니다. 실패를 싫어하고, 자신의 선행 판단과 행위를 정당화하고 싶어하는 인간 본성의 작용이다. 콩고드 사업은 상업비행이 시작된 1976년 이후 여러 번 중단 기회가 있었지만 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인 2003년에야 막을 내렸다.
■ 그런데 요즘 자주 듣는 소식에 따르자면, 콩코드 사업 당시의 매몰비용이 어쩌면 이연자산(Deferred Asset)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대한항공(KAL)이 도입해 새삼스럽게 화제가 된 '에어버스 380'이나 파리와 서울을 두 시간이면 잇는다는 무공해 초음속 여객기 '제스트(ZEHST)' 의 사업 주체는 다름아닌 콩코드 사업의 핵심 주체였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이다. 제스트 개발계획의 성패는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에어버스가 보잉 점보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만도 결코 우연으로 비치지 않는다.
■ 같은 일도 들이대는 시간 단위에 따라 달리 보인다. 당장은 큰 성공이 나중에는 실패의 씨앗일 수 있고, 뻔한 실패가 길게는 성공의 초석이 되기도 한다. 인간 예측 능력의 한계에 덧붙여 결과가 성패를 가리는 최종 잣대이기 때문이다. 경제 거품이 꺼져봐야 거품이었는지 알듯, 대개의 예측평가모델은 엄밀한 예측모델이 아니라 결과를 대입해야만 메워지는 '사후 설명 틀'이다. 국책사업의 으뜸 성공 사례인 경부고속도로도 급속한 경제발전과 물류수요 증대가 아니었다면 평가가 달라졌다. 하물며 예측 자체가 널 뛰듯 한다면 기댈 것은 의지뿐이다.
■ 경인 아라뱃길을 둘러싼 논란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들쭉날쭉한 사업성(수익/비용) 평가다. 평가 항목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불가분의 관계인 서울시의 서해뱃길 사업과 '연결' 여부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는 있다. 아무리 그래도 최저 0.274(인천시)와 최고 2.2(수자원공사)의 격차는 너무 크다. 더욱이 같은 평가기관도 중앙ㆍ지방 정권 주체에 따라 사업성 평가가 달라 그 뒤에 도사린 정치적 이해가 그대로 드러난다. 어떤 평가도 믿기 어렵고, 어차피 연내에 매듭될 사업이라면, 잠시 판단을 중지하는 게 낫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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