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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첨단 나노기술 접목한 화장품, "인체 유해할 수도" 경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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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첨단 나노기술 접목한 화장품, "인체 유해할 수도" 경고 잇따라

입력
2011.06.2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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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까지 스며들 수 있도록 나노리포좀 공법을 적용', '나노 기술을 접목해 피부 침투율 극대화', '나노섬유기술로 만들어진 고밀착 나노 직조 소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만든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 문구다. 하나같이 나노기술의 장점을 부각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의 주장처럼 화장품 분야에서 나노기술의 접목이 진짜 좋은 것일까. 결론은 '노(No)'다. 화장품의 유효 성분을 피부에 깊숙이 침투시킬 수 있다는 나노기술의 장점이 오히려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물질은 나노기술을 이용해 제조된 1~100나노미터 크기의 초미세 물질을 의미하며,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 입자를 가리킨다.

손상욱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3차 대한피부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나노화장품의 안전성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손 교수는 보고서에서 "화장품의 경우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던 원재료도 나노물질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인체에 해를 끼치는 물질로 바뀔 수 있다는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나노화장품의 안전성에 관해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의 친구들'은 화장품에 사용되고 있는 나노입자들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해 신경세포를 손상하는 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유럽 소비자제품과학위원회 '사이언티픽 커미티 온 컨슈머 프로덕츠(SCCP)'는 2007년 12월 그 동안의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발표한 화장품용 나노 재료의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통해 "나노 입자들이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돼 혈액순환에 따라 돌아다니기 때문에 반복 사용하면 인체에 아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벨리니 베로네시 미국 국립보건환경영향연구소(NHEERL) 박사팀은 나아가 "실험 결과 크림 종류에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나노 입자가 피부 깊숙이 스며들 경우 신경세포를 손상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회사들은 나노기술의 장점만 부각할 뿐 이 같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 자원순환연대는 지난 2월 발표한 '나노물질 사용 생활용품 유해성 정보제공 및 소비자 인식여부 조사'보고서를 통해 국내 시판 자외선차단제 등 나노기술 적용 생활용품 중 92%가 설명서 내 주의사항이 언급되지 않았고 나노물질의 유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제품은 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서성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만큼 나노화장품 역시 설명서에 나노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표기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나노화장품 뿐만 아니라 나노세탁기, 나노섬유 등 나노기술을 적용했다는 생활용품도 인체나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나노물질은 악취를 제거하고 세균을 죽이는 효과가 있어 세탁이나 의류 관련 제품에 많이 쓰인다. 지난해 유럽에선 은나노물질이 들어 있는 섬유를 세탁할 때 많은 양의 나노입자가 빠져 나온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이 나노입자가 하수구를 통해 흘러 나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아직 확실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는 "국가 차원에서 나노제품의 안전성을 공식 인증한 나라는 대만뿐일 정도로 아직 나노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확증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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