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의 주사기 반복 사용으로 B형 간염에 감염된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3조2,000억엔(40여조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키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아사히(朝日)신문 등 언론에 따르면 호소카와 리쓰오(細川律夫) 후생노동성 장관과 야구치 미에코(谷口三枝子) 원고단 대표는 28일 삿포로(札幌)지법이 제시한 배상화해안을 토대로 기본합의서에 조인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조인식 후 원고단 120여명을 관저로 초대해 "감염 확대를 막기 위한 행정적인 노력이 부족했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위로했다. 이는 정부의 배상과 별개로 책임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 원고 측의 뜻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48~89년 40년 동안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의무화했으나 일선 보건소 등이 주사기를 반복 사용하는 바람에 43만여명의 간염환자와 보균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일부는 간암으로 진행돼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 727명이 1989년부터 전국 10개 지법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소송을 일괄 처리하는 삿포로지법이 올해 1월 만든 최종 조정안을 원고측과 정부가 받아들이기로 28일 합의했다.
배상금으로 최고 3,600만엔(간염 발병 사망자 및 간암, 간경변 환자), 최저 50만엔(간염 보균자)이 지급되는데 향후 5년간 1조엔, 30년간 최대 3조2,000억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배상금 지급을 위한 재원 마련이 정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배상금 마련을 위해 특별세를 걷을 예정이었으나 도호쿠(東北) 대지진 복구를 위한 증세문제가 부각되면서 과도한 세부담을 지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주춤한 상태다. 피해자 측도 배상을 받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피해자들은 향후 합의서에 근거, 개별 배상 신청을 위한 수속을 진행해야 한다"며 "아직 소송을 내지 않은 환자와 유가족도 개별 소송을 제기, 감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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