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첨단 의료를 달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5> 24시간 전문의 진료하는 '내시경센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첨단 의료를 달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5> 24시간 전문의 진료하는 '내시경센터'

입력
2011.06.29 12:15
0 0

2년 전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축성 위염(위염이 만성화돼 위 점막이 얇아지고 주름이 생긴 것)과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ㆍ위축된 위 점막에 장 점막 상피세포가 생긴 것. 위암 전단계) 진단을 받은 김모(67)씨.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생활고에 쫓겨 차일피일 미뤄오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정기검진에서 4㎝ 크기의 위암 조직이 발견됐다는 통고를 받았다.

평소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고생하던 김씨에게 위를 잘라내는 수술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고심하던 김씨는 암 조직도 수술하지 않고 내시경으로 없앨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강남세브란스병원 내시경센터를 찾았다. 센터에서는 김씨의 암이 위 점막에만 국한된 조기 위암이라 내시경으로 암 조직을 잘라내는 '내시경 점막하박리절제술(ESD)'을 시행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내시경센터의 윤영훈 교수에게 암 진단부터 치료까지 점차 활용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내시경에 대해 들어보았다.

-내시경이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입을 통해 식도와 위, 십이지장을 관찰하는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비롯, 항문으로 넣어 대장을 살피는 '대장내시경'이다. 또한 내시경 끝에 아주 작고 정밀한 초음파 검사기기를 탑재해 복부 초음파보다 훨씬 더 세밀한 진단이 가능한 '초음파 내시경', 길이가 길고 끝부분에 풍선이 장착된 내시경으로 소장을 아코디언처럼 접어가면서 깊숙이까지 관찰하는 '소장내시경', 굵기가 매우 얇아 코로 넣을 수 있는 '경비(經鼻) 내시경' 등도 점차 활용도를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 알약 크기의 캡슐에 초소형 특수 카메라를 장착해 이를 입으로 삼키면 소장과 대장을 샅샅이 살펴볼 수 있는 '캡슐내시경'도 있다."

-내시경 검사가 왜 인기인가.

"내시경을 이용하면 무엇보다 짧은 시간 안에 위장관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조직 검사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가능하다.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사의 경우, 전날 저녁식사를 해도 검사할 수 있다. 신체적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다."

-내시경으로 어떻게 암을 치료하나.

"위장관 종양을 내시경으로 잘라내는 치료 내시경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하지만 2000년 이전의 내시경 절제술 방식은 지름 1~2㎝의 작은 종양을 제거하는 데 국한됐다. 암 치료의 기본 원칙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면서 암 조직을 단번에 없애는 것인데, 당시 의술로는 종양이 조금만 커도 한번에 잘라낼 수 없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내시경 점막하박리절제술(ESD)'이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방법은 암세포가 침투한 범위가 넓어도 뿌리가 깊지 않으면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면서 넓은 범위를 단번에 없앨 수 있다. 물론 모든 초기 암을 다 ESD로 완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크기가 커도 뿌리가 깊지 않으면 내시경적 절제술이 적합하다. 하지만 크기가 작더라도 뿌리가 깊으면 우선 수술부터 해야 한다."

-내시경 점막하박리절제술은 어떤 수술인가.

"쉽게 말해 위장관 점막에 자리 잡은 암 조직을 회를 뜨듯이 잘라내는 것이다. 다만 이 방법은 암 조직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만 있고, 림프절이나 주변 장기로 퍼지지 않았을 때에만 시행할 수 있다. 따라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초음파내시경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암 조직이 점막층이나 점막하층에만 있는지 재확인해야 한다. 시술법은 간단하다. 우선 암 부위에 특수 색소를 뿌리고 특수광 내시경으로 암 조직과 주변 정상조직을 구분해 잘라낼 부위를 표시한다. 그런 다음 절제 주변부 점막하층에 약물을 넣어 병변 부위의 점막을 들어올리고, 그 들어올려진 암 조직 주변부를 내시경 특수칼로 잘라낸다. 이 때 암 조직이 생긴 부위뿐만 아니라 아래쪽 점막하층도 잘라내 암 조직을 한번에 들어내게 된다. 이렇게 도려낼 수 있는 암 조직은 1~10㎝ 정도다. 시술 후 2~3일 뒤 퇴원할 수 있다. 다만 ESD로 인해 위 출혈이나 천공(구멍 뚫림) 등이 생길 수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경우에는 지난해 270여 건의 ESD를 시술했는데, 그 가운데 출혈이나 천공 등 부작용은 1~2%에 불과했다."

-위암 외에 치료 내시경이 활용되는 분야는.

"위나 장에서 출혈이 생기는 급성 위장관 출혈에도 내시경을 이용한 지혈술을 많이 쓴다. 급성 위장관 출혈은 10만 명당 170명 꼴로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심장과 뇌혈관질환 치료제인 항응고제와 항혈소판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잘 생기며, 관절염 치료제나 진통제를 오래 먹었거나 과음으로 구토를 자주 하는 젊은 층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이 질환은 가급적 이른 시간 내에 내시경으로 출혈을 멎게 하는 게 중요하다. 내시경 시술을 원활히 시행하지 못하는 주말이나 밤에 발생하면 지혈이 늦어지면서 사망자가 늘어나는 '주말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이를 없애기 위해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4시간 전문의가 내시경 지혈술을 시행하는 진료시스템을 구축해 두고 있다."

-내시경 검사, 얼마 만에 받아야 하나.

"40세가 넘으면 위내시경 검사를 하고, 첫 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으면 2년마다 받으면 된다. 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있으면 1년마다 검사해야 한다. 대장 내시경은 50세 이후부터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된다. 별 이상이 없으면 5~10년 주기로 검사하고, 용종이 있다면 이를 제거한 뒤 2~3년 간격으로 검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시경 검진 권고안은 일반 지침이라 가족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첫 검사 시기와 주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