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범 실시되는 '공공형 어린이집' 선정에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운영자의 신청요건에서 평가인증 기준을 완화해 산술적 채점 방식으로 변경하고 심사단 선정을 지자체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우수한 민간어린이집을 선정해 국ㆍ공립 보육시설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취지가 희석될 소지가 많고, 심사와 선정 과정에서 과잉 경쟁으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당초 복지부가 전국에 900곳을 선정하기 위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8,000여 곳이 대상이었으나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2만6,000여 곳으로 늘어났다. 9대 1 정도의 경쟁률이 30대 1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공공형 어린이집에 선정되면 규모에 따라 월 96만~824만원의 운영비와 함께 인건비가 지원된다. 많은 어린이집에 공평한 기회를 준다는 취지라지만 결국 지자체 심사단이 선택ㆍ지정하는 형태로 변질된 셈이어서 관련 단체들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당연해 보인다.
공공형 어린이집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현재 어린이집은 전국적으로 수요의 130% 수준이어서 공급과잉 상태다. 하지만 일부 국ㆍ공립 어린이집은 대기표를 받아 몇 년을 기다려야 하며, 약 30% 정도는 정부의 인증조차 받지 못했을 정도로 열악하다. 사업이 잘 되는 곳은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공공형 어린이집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철저한 가운데 '준(準)국ㆍ공립'의 형태로 운영하는 곳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내년에 시범 운영될 자율형 어린이집 문제도 사전에 충분히 점검해야 한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보육료를 현재의 1.5배까지 더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상업화와 귀족화를 막는 장치를 충분히 마련한 뒤 시행해야 한다. 공공형이든 자율형이든 어린이 보육에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사정과 형편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분류가 어린이집 운영이 상업화로 흐르는 빌미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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