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클럽'이라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첫 여성 총재가 탄생했다. 하지만 1947년 출범 이후 64년간 이어진 유럽 총재라는 전통은 깨지지 않았다. 불투명한 선출 과정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IMF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새 총재로 합의추대했다. 미국, 유럽에 브릭스(BRIC·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까지 가세해 지지함으로써 유럽인 IMF 총재의 전통을 지켰다.
7월 5일 5년 임기를 시작하는 라가르드에게는 그리스 구제금융문제 해결이 목전의 숙제다. 변호사 출신으로 프랑스 통상장관, 농업장관을 거쳐 2007년 프랑스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된 그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의 재정위기 상황에서 유럽 각국의 이해를 잘 조율하는 등 협상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선출과정은 도마에 올랐다. AFP통신은 "IMF의 비밀주의가 비난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의 책임자 루크 람프리에리는 "후보자 면접을 보기도 전에 후임 총재가 결정됐다"며 "우스꽝스러운 선출과정이 IMF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2009년 주요20개국(G20) 런던정상회의는 각국이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면서 "IMF의 총재와 고위직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능력에 따라 뽑겠다"고 합의했었다.
비유럽 출신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전 멕시코 중앙은행총재가 라가르드와 경쟁하며 제3세계의 지지를 구할 때만 해도 새 바람이 부는 듯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유럽개혁센터 경제학자 시몬 틸포드는 28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그리스 사태에서 실패한 정책을 지지했던 라가르드를 IMF 총재로 보낸 것은 다른 나라(신흥국)에게 책임을 요구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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