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한-EU FTA 발효로 혹시 "유럽 산 명품 값도 내리나"했던 소비자들이라면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루이뷔통,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 유럽 명품 브랜드들은 지금까지 FTA에 대해선 이렇다 할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제품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산 의류(13%)와 구두(13%), 가죽가방(8%) 등에 부과되던 관세가 즉시 없어지면 이들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도 그 만큼 내려갈 수도 있지만, 업체 자체적으로 관세 인하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 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
오히려 이들 업체는 최근 주력 제품의 값을 올리고 있다. 샤넬이 4월 여러 제품 가격을 평균 25% 인상했고, 루이뷔통도 24일 한국 내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5% 정도 인상했다. 루이뷔통의 대표 가방 '스피디30'은 2월에 92만원에서 96만5,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다시 101만5,000원으로 올랐다. 또 다른 가방인 '네버풀MM'역시 2월 97만원에서 102만5,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이번에 107만5,000원으로 올랐다. 샤넬의 대표 제품 클래식 캐비어, 2.55 빈티지도 지난달 25% 가까이 가격을 올랐다.
FTA 발효가 눈 앞 인데도 가격을 오른 것을 두고 FTA가 발효된 뒤 지금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미리 손을 써 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없어서 못 팔고 있는 한국의 명품 시장에서 굳이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을 것. 한 백화점 관계자는 "관세 철폐에 따른 차익은 업체 호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FTA가 체결되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명품만큼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위스키시장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영국 디아지오와 프랑스의 페르노리카도 FTA 발효와 상관 없이 지금 가격을 유지할 방침이다. 현재 유럽에서 수입하는 위스키에는 부과되는 20%의 관세도 4년 동안 매년 5%씩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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