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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는 죽어 DNA를 남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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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고래는 죽어 DNA를 남기지만

입력
2011.06.2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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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는 자신의 존재를 DNA에 남겼다. 과학의 발전으로 고래의 DNA 염기서열분석에 따라 살아있는 고래의 유전적 분류가 가능하고 죽은 고래 사체(死體)의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었거나, 죽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해경은 '고래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그 고래 사체가 해체돼 판매되는 과정에서 수협은 고래의 DNA 샘플을 채취해 국립 수산과학원에 제출한다. 현재 수산과학원에는 신고 된 고래 사체의 DNA 샘플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쳐 사람이 먹는 고래 사체는 합법적이 된다. 따라서 수산과학원이 보관하지 않는 DNA의 고래 사체는 불법 포획한 범법자의 장물 고래다.

얼마 전 부산해경이 2008년부터 불법 포획된 시가 11억원대의 고래 11톤을 유통한 일당을 검거한 것도 고래의 DNA가 억울하게 죽어간 제 죽음의 정체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고래는 죽어 DNA를 남긴다.

물론 유통되는 고래 사체의 전부는 아니라고 나는 믿는다. 그 고시가 시행되어도 불법 포획이 근절될 것이라 믿지 않았다. 넓고 거친 바다의 생존법칙은 항상 정부 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고시 설명회를 할 때 누군가에게 내가 물었다. "힘들겠네요?"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정부가 뛰면 우리는 날아야지요. 핑핑!"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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