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카지노 정책의 '원점 검토'를 밝힌 것은 매우 적절했다. 우리 카지노산업은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 장관은 기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다만, 새로 설립되는 복합리조트(IR) 내엔 내국인도 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는 폐광지역 개발지원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강원랜드는 특별법의 취지에 걸맞게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간의 각종 사회적 폐해를 고려하면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기 힘들다. 재산과 인격, 목숨까지 잃은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아닌 수도권 인근에 내국인 카지노를 개설한다면 회사원을 비롯한 수 많은 사람들이 카지노로 출퇴근하는 불행한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
복합리조트 내에 설립되는 카지노에 내국인을 절대 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다. 도박중독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전제돼야 한다. 출입횟수 제한, 베팅 금액 제한, 엄격한 회원제 실시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놓고 정부와 시민사회가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래도 사회적 폐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여론이 우세하면 추진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만약 치열한 의견수렴 끝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게 된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허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윈, MGM, 샌즈 등 세계적 카지노 업자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너도 나도 한국에 카지노를 세우겠다며 우리 정부에 각종 압력을 넣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이 우리 정부에 요구하는 전제 조건은 단 하나, 내국인 출입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외국인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실제로 내국인이 출입하는 강원랜드의 카지노 부문 지난해 매출액은 1조2,550억원, 영업이익은 8,59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무려 69%에 달한다.
과연 이런 노다지를 외국인에게 넘겨줘야 하나. 일부에서는 마카오와 싱가포르가 외국 자본에 카지노 허가권을 발급한 사실을 들고 있다.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마카오는 검은 조직이 워낙 극성이어서 투명성을 위해 오히려 외국 자본에 맡겼다. 싱가포르는 카지노가 처음이고 경영경험 또한 전혀 없기에 외국자본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경우였다.
우리는? 카지노 역사가 40년이 넘는다. 경험이 풍부하고 투명성도 보장돼 있다. 카지노 이외에도 호텔, 컨벤션 센터, 대형 놀이시설, 쇼핑몰 등 복합리조트를 건설, 운용하는 능력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유혹하고 있다. 외국자본에 맡기기보다는 우리가 맡는 게 외국관광객 유인에 훨씬 유리하다.
외국자본에 넘겨줄 이유가 전혀 없다. 외국자본의 참여를 일부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국내 자본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게 옳다. 현재 카지노를 합법화하려는 일본도 자국 자본의 비중을 51% 이상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자본이라면 정부가 해야 하나, 민간이 해야 하나. 정 장관이 이미 답을 말했다. 정부가 직접 카지노 사업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다만,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차원에서 공기업의 컨소시엄 참여까지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결국 복합리조트 내에 설립할 카지노의 경우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단이 확보된 경우에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되어야 하며, 카지노 허가는 국내자본에, 그것도 민간에 맡기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한국일보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일용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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