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분규를 벌여온 한진중공업 사태가 27일 노사협상 타결로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다. 어제 노조원들이 현업에 복귀하기 시작했고 사내 곳곳의 농성장도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노사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오랜 파업으로 회사의 경영도 크게 악화해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노사 합의에 반발하는 일부 노조원들이 크레인 농성을 계속하고 금속노조 등 상급 노동단체의 반발도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노사합의 내용이 분규 이전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게 되돌아갔다는 대목이 정상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지난해 12월 회사측이 경영난을 이유로 400여명을 정리해고(희망퇴직 349명 포함)하면서 시작됐는데, 합의의 주요 내용이 당시 결정을 인정한다는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형사고소ㆍ고발ㆍ진정 등을 서로 취소키로 했으나 인사조치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문제에 대해 ‘최소화하기로 노력한다’고 얼버무린 대목도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게다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들이 이른바 ‘희망버스 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경찰이 이에 대해 강경한 사법처리를 천명하고 있는 대목도 상황 진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현업에 복귀한 근로자들도 한진중공업이 경영난을 이유로 영도조선소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또 다른 정리해고가 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노사간 합의는 이뤄졌다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점이 사태 정상화를 힘들게 하고 있다. 이번에 극적으로 타결된 합의서를 기반으로 노사 간에 새롭게 협상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합의서에 나타난 내용으로는 1,400여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전념하기엔 다소 미흡하다. 이러한 대목은 자칫 노노갈등으로 이어져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극적인 합의를 다행스럽게 여기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지금부터 노사가 함께 노력해 ‘제2의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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