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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1년/ 진보교육 상징 '혁신학교' 서울 강명초교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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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감 1년/ 진보교육 상징 '혁신학교' 서울 강명초교 가보니…

입력
2011.06.2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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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이달 초 트위터에 믿기 어려운 사연을 소개했다. "혁신학교 3개월 만에 아이들 틱(tic)이 없어졌대요. 학부모들이 놀랍다고 하셔요. 정말 보람있다는 혁신초등학교 선생님의 자랑입니다."

틱(tic)장애는 아이들이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으로 원인은 뇌ㆍ호르몬 이상이나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 요인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지역에서 23개 혁신학교가 출범한 것은 올해 3월. 불과 1학기가 지나기도 전에 학생이 고치기 힘든 스트레스성 질환에서 벗어났다는 사연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이 같은 호평,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일까. 22일 사연의 주인공이 재학 중인 서울 강동구 강명초를 방문했다.

감성을 깨우자

틱 증상이 완화됐다는 사연은 한 학부모가 상담시간에 담임교사에게 사실을 전하면서 학교에 알려졌다. 학교 덕분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학교 이부영(50) 혁신부장은 "우연한 시점에 사라진 것일 수도 있지만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점차 밝아지는 것을 보며 교사들이 고무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혁신학교가 조급한 성과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신중해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혁신학교 매뉴얼 연구에 참여해 온 이 학교 교사들이 중시하는 교육철학 중 하나는 '감각을 열고 몸을 움직이는 교육'이다. 아침에는 몸과 마음을 깨우는 체조, 명상, 다과, 시낭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전교생이 각 교실에서 공부 준비태세를 갖추는 시간이다. 수업은 80분씩 묶어 '블록'으로 운영하고 쉬는 시간은 30분으로 늘렸다. 화장실만 뛰어갔다 오면 수업이 시작하던 종전 방식과 달리 30분의 쉬는 시간 동안 뛰놀고, 실내 놀이에 빠질 수 있도록 배려한다.

전 학년이 목공, 조소, 창의음악, 수공예 등 4과목을 16시간 이상 경험하도록 하는 것도 이 학교만의 특징이다. 김영동(55) 교장은 "혁신학교 예산으로 배정받은 1억원 중 상당 부분을 목공 등 전문강사 임금에 할애했다"며 "학생들이 부드러움 딱딱함 거침 등 감각을 체험하고, 악기 두드리는 과정에서 감수성을 키울 수 있어 학부모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틀을 허물자

이 학교에는 없는 것도 많다. 애국조회, 훈화, 전교 어린이회장, 반장 등 학교라면 으레 존재하는 것들이 없다. 이부영 부장은 "다수 학생을 들러리로 만드는 모든 형식적인 행사를 없애기로 했다"며 "정말 교육에 필요한 내용이라면 수업시간에 공들여 가르치면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회장과 반장도 없어 대표가 필요할 때 마다 학생을 뽑아 대표직을 경험하게 한다. 1년 혹은 1학기 내내 대표를 하는 학생을 정해 두면, 리더십을 기를 기회가 한 학생에게만 치우치고 나머지 학생은 어려서부터 '나는 우리 공동체 일에 신경 안 써도 돼'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학부모 일부는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지만, 학생들은 일제히 환영했다는 것이 교사들의 전언이다.

신바람 난 교사들

학교를 이처럼 남다르게 운영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곳은 '전체 교사회'다. 교사들이 '코미디 프로그램 개콘 보다 더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전체 교사회의는 매주 월요일 오후 열린다. 전체 43명의 교사와 교장, 교감이 참석하는 자리로 모든 학교, 수업, 교육 관련 아이디어가 이 자리에서 도출되고 정책으로 자리잡는다.

5학년 담임교사인 조정희(45) 교사는 "모든 평교사가 자유롭게 토론하고 이 의견을 교장, 교감선생님이 경청한다"며 "직접 낸 의견을 토대로 학생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교사들은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노력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최근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비디오로 녹화해 돌려보는 교수법 연구 아이디어도 이 회의에서 나왔다.

하지만 23개 전체 혁신학교가 강명초등학교처럼 순항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가 초기 단계에서 '무엇을 혁신할지' 등 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며 "그러나 혁신학교 개념 자체가 자발적으로 학교가 원하는 방향의 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이기에 교육청이 성급하게 지시하고 평가하는 개입을 자제하고 있으며, 대신 원하는 경우 컨설팅 해주는 방식으로 장기적 비전을 갖고 학교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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