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인수전이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과 CJ그룹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비록 삼성SDS가 주(主)사업자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과 CJ 인척그룹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27일 마감된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본 입찰에서 포스코-삼성SDS가 예정대로 참가했다. 삼성SDS의 포스코 컨소시엄 참여로 인수자문사였던 삼성증권에 대해 법적 소송 방침까지 밝히면서 막판까지 참여여부를 고심했던 CJ도 결국 입찰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참여를 포기했다. 롯데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이 포함되지 않았고 새롭게 외형을 확장하기보다 현재 진행 중인 제2롯데월드 건설과 해외 진출 등에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자고 결정했다"고 불참이유를 밝혔다.
시장에선 자금력에서 앞서는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CJ그룹도 일단 참여한 만큼 '큰 베팅'할 것이란 관측이지만, 워낙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워낙 막강한 현금동원력을 보유하고 있어 승산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전날까지 만해도 "판 자체가 불공정해진 만큼 불참하는 것도 생각중이다"고 말했던 CJ그룹은 본 입찰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대한통운을 인수해 세계적 물류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가자는 애초의 의도는 변함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참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CJ는 이날 삼성증권에 대한 법적 대응방침도 공식화했다. CJ는 보도자료를 통해 "비도덕적인 삼성증권의 행태에 배신감을 느낀다"며 "이번 사태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에 대해 명백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지난 3월부터 CJ측 인수자문사로 활동하면서 인수 가격 및 전략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해 오다, 본 입찰을 나흘 앞둔 23일 삼성SDS가 포스코 컨소시엄에 참가하겠다고 전격 결정하자 자문을 철회했다.
CJ는 삼성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숨기지 않고 있다. CJ 관계자는 "삼성SDS의 지분 투자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 없이 진행됐다고 믿을 수 없다"며 "삼성의 의도가 무엇인지 끝까지 추적해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두 그룹의 대결을 해묵은 감정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선대회장인 고 이병철 창업주 별세 이후 장남인 이맹희씨(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부친) 아닌 3남 이건희 현 회장이 그룹을 승계한 점, 1994년 CJ(당시 제일제당) 계열분리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불협화음 등 '구원(舊怨)'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갈등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삼성은 이런 시각에 대해 펄쩍 뛰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SDS의 컨소시엄 참여는 어디까지나 사업적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투자는 해당계열사가 알아서 판단하지 그룹 차원에서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묵은 감정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도 "삼성과 CJ 오너들이 고 이병철 회장 100주년 기념식도 함께 치렀다"며 "삼성이 인척회사 사업을 일부러 방해한다는 게 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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